경제·금융

손오공 복제술

안병찬(경원대 교수) 손오공은 돌에서 태어난 신통력을 가진 원숭이다. 제 털을 한 줌 뽑아 훅 불면 털 하나 하나가 손오공으로 변하여 떼거리를 짓는다. 순식간에 다수의 자기를 복제하는 초능력이다. 서유기의 저자인 명나라 오승은(吳承恩)은 생물을 복제해내는 미래 기술을 예견했던 모양이다.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문화대혁명을 일으킬 때 이 손오공 복제술을 염두에 두고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 "중앙선전부는 염라대왕전이다. 염라대왕전을 타도하여 작은 귀신(小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지방에 손오공을 여럿 만들어 염라대왕전을 해산해야 한다" 마오쩌둥이 손오공 떼거리처럼 홍위병을 동원한 것은 모두 아는 일이다. 손오공 복제술을 모르면 '가게무샤(影武者)'를 쓸 수밖에 없다. 일본 전국시대 영주들은 가게무샤를 자주 썼던 모양이다. 영주 자신과 외모가 꼭 닮은 '그림자 무사'를 배치하여 신변 안전을 도모하거나 위장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은 소설 같은 '가게무샤' 기만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예가 있다. 영국 육군 첩보부 MI5는 연합군의 프랑스 상륙작전 지점을 알고자 혈안이 된 나치 독일 첩보망을 속이기 위해 몽고메리 원수 역의 '가게무샤'를 투입하기로 했다. 배우출신인 육군 경리장교 크리프튼 제임스 중위는 몽고메리를 쌍둥이처럼 닮은 인물이었다. 너무 빼어 닮아서 런던 뉴스 크로니클 지에 소개될 정도였다. 그를 차출한 것은 육군 영화반 소속이던 영화배우 데이빗 니븐 대령. 육군 첩보부 지휘 하에 들어간 제임스 중위는 단기간 치밀한 사전 훈련을 받고 몽고메리 원수가 되었다. 이 몽고메리 가게무샤는 원수의 야전용 완전군장을 하고 기갑부대 기장이 붙은 흑색 베레모를 쓰고 작전에 들어가 지브롤터, 알지에 등을 돌았다. 가짜 몽고메리는 남부 프랑스로 상륙하기 위해 중요한 사명을 수행하는 양 행세했고 도이치 스파이망은 모두 속아넘어갔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 ZDF는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이 최소한 3명의 '가게무샤'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법의학자들이 이라크 텔레비전에 등장한 후세인 사진 450장을 대조한 결과 선천적으로 외모가 비슷하고 성형수술까지 받은 후세인 가게무샤를 가려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텍사스 출신 조지 부시의 총구를 후세인이 의식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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