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망연자실속 한숨·탄식만

주가 600 붕괴 "퇴직금 2억투자 3,000만원도 안남아"주식시장이 장중 연중 최저 치를 경신하며 심리적인 지지선 이던 종합지수 600선이 붕괴된 10일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의 표정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증권사 본점들이 집중돼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에선 이날 객장을 이탈해 공원이나 거리를 배회하며 한숨짓는 투자자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만난 투자자 김모(46ㆍ오금동)씨는 "지난해말 퇴직금 2억원 중 1억원을 투자했다가 지난 8월말 500만원까지 줄어들어 원금을 만회하겠다는 욕심으로 나머지 1억원을 재투자 했다가 이제 계좌에 3,000만원도 남지 않았다"며 내년 군대 제대 후 복학을 준비하는 아들과 대학 1년 생인 딸을 생각하면 자살을 하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 놨다. 이날 오후 객장은 오히려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신증권 본점 객장의 한 직원은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고객들은 그나마 투자 손실이 적으신 분들 일 것"이라며 "이미 손실 폭이 큰 고객들은 객장근처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객장에 있던 고객 염모(38ㆍ신길동)씨는 지난 8월 종합지수 700선이 올해 들어 두번째로 붕괴됐을 때 주식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언론보도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만 믿고 전자ㆍ제지 등 우량주에 투자했는데 현재 반토막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객장을 찾은 한모(71ㆍ여의도)씨는 "주식 투자만 30년을 넘게 해봤지만 이렇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망가진다는 느낌이 들어보긴 처음"이라며 "지난해 미국 9.11테러 직후보다 시장 분위기가 더 험악해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일 주식시장이 급락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도 이제 자포자기 상태다. 객장을 지키고 있는 투자자들은 전광판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동원증권 본점 객장의 한 직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업사원들에게 주가급락에 따른 항의는 물론 손실 폭을 줄이기 위해 매도 시점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 했지만 600선이 무너진 후에는 오히려 고객들의 문의전화도 뚝 끊긴 상태"라고 허탈해 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객장의 한 영업직원은 "이날 오전 종합지수 600선이 무너지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며 아무런 대책 없이 하소연으로 일관하는 전화는 줄을 이었지만 막상 이 상황에서 손절매를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볼 때 개인투자자들이 손절매를 자제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큰 손' 투자자들이 낮은 가격에 매수 폭 확대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주식시장의 수급상황이 점차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는 낙관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동관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투자 손실률이 30%를 넘는 투자자들이라면 매도 시점을 놓친 것으로 보여진다"며 "시장에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황상태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저가 매수세 유입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섣부른 매도 보다는 주식 보유 후 손실 폭을 최소화 하면서 매도 타이밍을 맞춰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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