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제도가 70~80년대로 회귀한 것에 대해 담당 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정책의 유연성`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택관리과 유두석 과장은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규제와 완화 조치를 적절히 운용하는 것이지 과거 정책을 `재탕ㆍ삼탕`한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약제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규제`에서 `자율`로 바뀌었다가 최근에 다시 `규제`로 선회했다. 과거 시장 안정대책 중 분양가 규제와 채권입찰제를 뺀 모든 조치가 현재 다시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국토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청약제도의 잦은 변경은 수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 한다”며 “아울러 주택시장은 급변 했는 데 이것에 상관없이 과거 제도로 시장을 억제하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자율 기조 후퇴인가 = 외환위기 때 건교부는 청약제도를 시장 자율 기능에 맡기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최근 건교부가 일련에 내놓은 정책을 보면 `자율 기조`원칙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1가구 다 통장을 허용했다가 다시 규제하고, 재당첨 제한제도를 다시 부활하고, 다 주택자에 한해 신청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바로 그것. 이는 70~80년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때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조치와 다를 바 없다.
청약제도의 근본원칙이 변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NO`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분양가 규제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은 바꿔 말해 시장 자율기능이라는 기조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500만 명 울고 웃다 = 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청약제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500만 명을 넘었다. 결국 제도가 하루 아침에 바뀌게 되면 다수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셈.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시장 상황에 얽매여 청약제도를 자주 변경하게 되면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면 손해를 본다`는 사고방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제도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고칠 때가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과거 주택보급률 70~80% 시대엔 청약제도가 가수요를 차단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주택보급률은 100%이고, 분양가도 자율화 돼 사실상 청약제도는 분양시장의 최소 질서를 유지하는 기준으로 지위가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거 규제정책을 내놓아도 이로 인한 효과는 미미해 졌다는 것이다. 재당첨 제한을 해도 경쟁률이 치솟고, 무주택자 우선 공급제도가 부활해도 이 같은 혜택을 활용하는 수요자가 예전만큼은 아닌 게 현실이다. 과열되면 규제하고, 침체되면 완화하는 식이 조치가 수 차례 반복되게 되면 결국 내성만 더 키워주는 셈이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