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절망에서 희망으로

겨울답지 않게 따스하던 이상기온이 심술처럼 급냉으로 둔갑했다. 체감추위 만큼이나 차갑게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일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수많은 기업들의 도산, 경제회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기업의 구조조정, 평생직장이려니 했던 일터에서 어느날 갑자기 내쫓긴 실업자, 어두운 그림자에 갇히기 시작하는 행복했던 가정, 차가운 아스팔트에 그나마 여린 체온을 빼앗기는 노숙자, 늘어나는 결식아동의 수, 사회범죄의 증가, 이 모든 것들이 IMF관리체제에서 연유되는 사회현상들로 우리 가슴을 무겁게 한다. IMF 체제가 강요하는 규제의 혹독함은 미셀 초스토프스키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그는 르완다나 소말리아의 참담한 기아상태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기 보다 IMF 체제가 각국의 다수 국민을 빈곤으로 내몰고 있음에 연유함을 실증적 자료를 제시해 적시하고 있다. 바로 우리의 처지와 직결되는 것이어서 절박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또한 헤럴드 슈먼은 첨단정보산업의 가속화에 따라서 세계는 「20대 80」의 사회형성구도로 변모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20%가 인류생활에 필요한 모든 재화를 생산해 낼 수있게 되고 나머지 80% 인구는 실업상태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단기실업이 아닌 장기실업사태가 일상화되면 사회병리현상은 급속도로 확산돼 심각한 국면이 도래할 것임을 예단케 한다. 척박하고 암울한 상황들이 우리를 좌절감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찬란한 꿈과 희망은 참담하기 그지없는 절망속에서 더욱 보석처럼 빛나는 법이다. 그 꿈과 희망으로 우리 스스로를 다시 무장하자. 최근 영국을 중심으로 한창 서구를 휩싸고 있는 앤서니 기든스 교수의 「제3의 길」 열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조직의 과감한 구조조정 및 정부·시장·시민의 균형적인 파트너십을 기초로 한 사회개혁, 자유시장주의 원칙의 기반에 일정부분 정부의 발전적 개입 허용, 빈곤층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복지지원이 아니라 일할 수 있게 해주는 복지정책(WELFARE-TO-WORK)의 지향등이「제3의 길」의 주요골간이다. 기든스 교수의 주장이 민주주의 경험이나 자본주의 성숙도가 일천한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접목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처해 있는 현상을 개척해 나아감에 있어서 시사해주는 바가 적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지나치게 방대했던 정부조직, 무한국제경쟁에 뒤지는 저생산기조의 문어발 재벌, 유아기 상태의 시민운동세력, 빈부의 양극화로 인한 빈곤층의 증가와 상대적 박탈감 심화 등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인 까닭이다. 우리 식의 사회개발 모델을 창출해내고 노·사 등 사회 각 부문과 각 계층이 자유와 책임, 권리관계를 분명히 하면서 공동체 의식으로 합심한다면 새 밀레니엄 국제환경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는 대전제 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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