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건팔아 환차손­이자갚기 급급/한은 상반기 기업경영 분석

◎차입금 의존도 50% 넘어/자기자본비율 등 사상 최악/구조조정… 1인 생산성은 향상국내 기업들이 받아든 상반기 성적표가 사상최악인 D정도에 해당한다면 올해를 결산하는 최종성적표는 F가 될 게 분명하다. 우리 경제가 법정관리나 다름없는 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만큼 엉망이고 금융시장 기능이 마비돼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는 자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영실적 개선은 엄두낼 수 없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기업경영분석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수조원대에 이르는 환차손 ▲50%에 달하는 차입금 의존도와 그에 따른 금융비용부담 증가다. 아무리 물건을 많이 만들어 팔아도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업을 경영하기가 불가능하다. 우선 상반기중 제조업체들의 환차손 규모는 약 1조2천3백억원으로 매출액의 0.6%를 차지했다. 6월말 환율이 전년말대비 4.9% 상승한 결과다. 현재 환율이 6월말에 비해 20%이상 상승했으므로 연말까지 환차손은 최소 5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94년과 95년 환차익이 매출액의 0.1%와 0.3%에 달하던 시절과 대비된다. 매출액의 6.2%에 달하는 금융비용 부담도 문제다. 상반기중 차입금 의존도는 50.0%로 94년 상반기의 44.5%에 비해 3년만에 5.5%포인트 상승했고 부채비율도 3백33.8%에 달해 지난해말에 비해 16.7%포인트나 높아졌다. 차입금이 늘면서 자연스레 금융비용 부담률이 급등하고 자기자본비율은 급락했다. 금융비용은 매출액의 6.2%로 92년 상반기의 6.2%이후 가장 높았고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말의 24.0%에서 23.1%로 떨어졌다. 이들 모두가 한은이 기업경영을 분석하기 시작한 이래 최악의 지표들이다. 다만 극심한 불황속에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강화되면서 고비용 구조는 다소 완화되고 있다. 취업자수가 지난해 상반기 2.0% 감소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3.7% 감소한 것은 구조조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인건비 부담은 매출액의 전년동기 12.9%에서 12.0%로, 광고선전비는 1.0%에서 0.97%로, 접대비는 0.28%에서 0.24%로 각각 떨어졌다. 이처럼 비용부담이 완화됨에 따라 생산성은 향상, 같은 기간 종업원 1인당 매출액증가율은 11.1%에서 13.9%로, 1인당 부가가치증가율은 3.4%에서 11.4%로 각각 높아졌다. 기업들이 극심한 불황속에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근로자들의 희생만 강요했을 뿐 스스로 재무구조를 건전화하는데는 소홀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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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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