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바뀐 공시이율의 부작용


"공시이율을 더 낮춰야 하는데 고민입니다. 다시 제도를 손보든지 해야지 이대로 가면 안 됩니다."

최근 만난 한 대형 생명보험사 임원은 공시이율을 두고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우선 당국의 제도개편으로 올 4월부터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공시이율의 폭이 줄어들면서 리스크 관리가 도리어 까다로워졌다고 토로했다.

공시이율은 보험사가 파는 각종 상품에 적용되는 금리다. 은행의 예ㆍ적금에 붙는 금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통상 매달 지표금리와 운용자산 수익률 등으로 만들어진 공식에 따라 산출되는데 보험사들은 이 산출값에 ±20% 내에서 최종 공시이율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고쳐 보험사의 조정폭을 ±10%로 반 토막 냈다. 보험사들이 저금리 속에서도 높은 공시이율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게 제도개편의 이유였다.


당시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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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저금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보험사에 금리 재량권을 더 줘야 한다는 논리였지만 이런 목소리는 보험사가 외형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에 금세 묻혀 버렸다. 그런데 걱정했던 부분이 제도 시행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 임원은 "보험사마다 사정이 천차만별인데 공시이율 조정폭을 축소하면서 보험사의 운신만 좁아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달 현재 생보사의 저축성 보험 공시이율은 4% 초반에서 3% 후반, 연금은 3% 후반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운용자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0년 국채 수익률이 2% 후반임을 감안하면 공시이율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공시이율을 올릴 때는 폭을 줄이고 내릴 때는 폭을 늘리는 방식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국은 보다 세심하게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해야 한다. 저금리 대책이 저금리 대응의 걸림돌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는 현 상황은 문제다. 당국은 현장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책상에 앉아 경제학 원론에 매달려 정책을 펼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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