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린왕자' 상표권 분쟁 논란 가열

생텍쥐페리 재단측 "제호 무단사용 소송"에 출판계 강력 반발<br>법조계도 상표권 인정 여부싸고 의견 엇갈려<br>"FTA대비 출판계 지재권 인식 재정비 계기돼야"



'어린왕자' 상표권 분쟁 논란 가열 생텍쥐페리 재단측 "제호 무단사용 소송"에 출판계 강력 반발법조계도 상표권 인정 여부싸고 의견 엇갈려"FTA대비 출판계 지재권 인식 재정비 계기돼야"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 책의 제호ㆍ그림에 대한 상표권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둘러싸고 국내 출판계가 초유의 소송전을 준비 중인 가운데, 어린왕자의 제호ㆍ그림에 대한 상표권도 국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린왕자 제호ㆍ그림에 대한 상표를 등록한 생텍쥐페리 유족재단(SOGEX)측은 이를 책 속에 무단 사용해온 국내 출판사들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태세고, 해당 출판사들은 이에 정면 반발하면서 출판계의 최대 이슈가 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도 ‘상표권 침해냐, 아니냐’를 놓고 법리논쟁에 나섰고 어린왕자 소송은 한치 앞을 예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상표권 침해냐, 아니냐 논란 가열= 어린왕자 제호ㆍ그림에 대한 상표권을 인정할지를 두고 법조계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의 어린왕자 저작권은 소멸됐다. 우리 저작권법이 저자 사후 50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책 속의 제호나 삽화만 따로 상표등록이 가능하냐는 것. 쉽게 얘기하면 상표권이 저작권에 귀속되는 것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상표권 자체를 저작권과 독립된 권리로 볼 것이냐가 쟁점인 셈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사견을 전제로 “상표를 캐릭터 상품이나 가방 같은 곳에 쓴 것이라면 당연히 상표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책의 경우 상표가 이미 소멸된 저작권에 포함된 개념으로도 볼 수 있어 법적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출판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KCL측 역시 “상표권 침해가 되려면 상품의 출처 표시로 사용해야 하는데 제호나 삽화 자체가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족재단측은 “어린왕자 그림과 제호가 다른 출판사 책의 커버 페이지에 들어갈 경우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표지로 인식된다”며 “명백한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법원서도 유사소송이 있긴 했지만, 제호의 서체와 삽화 등이 동시에 문제가 된 경우는 전무해 법원의 판단결과도 주목된다. 대법원은 책의 제호로서의 사용에 대해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2005년 8월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을 낸 정모씨가 같은 제목으로 영어책을 출간한 출판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책의 제호로서의 사용에 대해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은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타인의 상표(제호)를 정기간행물이나 시리즈 물의 제호로 사용했기 때문에,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출판계 지적재산권 인식 재정비해야= 법원의 판단 결과야 어떻든, 이번 해프닝이 국내 출판업계에 던져주는 교훈은 적지 않다. 국내 출판업계는 관행적으로 원작의 삽화, 캐릭터 등을 공짜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홍콩이나 대만, 일본 등에서는 이미 어린왕자 상표를 모두 로열티를 주고 사용하고 있다. 저작권은 소멸됐더라도, 개별 제호나 책 속의 그림 등에 대해서는 적당한 로열티 지급이 돼야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한ㆍ미,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외국업체의 국내 출판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어린왕자 유사 분쟁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국내 출판업계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재정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철환 변호사는 “현재 출판업계의 경우 책 제목이나 삽화 등에 대해 상표권 등록을 한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어린왕자 사건을 계기로 유사한 사례의 상표권 등록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갑작스런 상표권 분쟁 왜? 유족재단측, 로열티 협상 선점 노린듯 어린왕자는 4월초부터 국내 대형서점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생텍쥐페리 유족재단의 한국측 에이전트인 GLI컨설팅이 "한글 '어린왕자'와 프랑스어 'Le Petit Prince' 서체, 생택쥐베리가 그린 그림 두 컷에 대한 상표권을 갖고 있다"며 "이 제호와 그림을 무단 사용한 책의 판매를 금지하라"고 서점가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동은 로열티 협상을 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어린왕자의 제호ㆍ그림을 로열티를 주고 사용하는 국내 업체는 문구ㆍ출판 업체 '아르데코 7321'이 유일하다. 아르데코는 지난해 생텍쥐페리의 오리지널 삽화 사용에 대한 독점 계약을 맺었고, 예담출판사와 함께 '어린왕자' 공식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졸지에 어린왕자 '해적판'을 출간하는 꼴이 된 다른 출판사들은 아르데코가 로열티 장사를 하는 외국업체와 손잡고 '출판계의 효자' 어린왕자를 '독점'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출판업계가 한미FTA 등에 대비해 지적재산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법원의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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