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사정 대타협] 노동이동성 등 추상적 표현 많아… 노동계, 각론서 반발 클 듯

민노총 벌써 "대화불참" 노사정위 중단 촉구<br>한노총은 "대화엔 참여하되 특위 확대 필요"<br>3개월 내 산적한 현안 풀어내기 쉽지 않을 듯

노사정이 23일 노동시장의 구조개선에 대해 합의를 이뤄냈음에도 재계와 노동계는 각기 다른 이유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앞으로 관련 제도 수립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진 이날 대화에 불참한 민주노총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합의내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정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기본 합의안을 발표한 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표현이 없다는 질문에 "유연안정성은 인력과 근로시간 운영에 있어 유연성을 높이고 비정규직 지원과 보호를 강화한다는 뜻"이라며 "합의문에 표현된 노동이동성은 직무배치뿐 아니라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새로 옮길 수 있는 직업능력훈련까지 다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유연성이라는 단어가 담기는 순간 노동계는 해고요건 완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노사정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기 때문에 고심 끝에 에둘러 표현한 것이 '노동이동성'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인 방안이 빠져 있었기에 합의에 이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노사정위는 노동계와 함께 논의를 이어나가기 위해 합의문에 담을 단어 하나하나마다 신중을 기했다. 대표적으로 '고통분담'이라는 표현은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나눠 진다'로 바뀌어 원칙으로 제시됐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는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존에 합의한 5대 의제, 14개 세부과제가 그대로 채택됐고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단어 외에 진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노동이동성과 고용ㆍ임금ㆍ근무방식 등 노동시장의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임금ㆍ근로시간ㆍ정년 등 현안 문제는 산업현장에서의 소모적인 분쟁을 줄이기 위해 노사정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정도가 방향에 담긴 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3개월이라는 시한에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노사정위는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점을 찾아나간다는 의지가 중요하기에 앞으로 더욱 자주 만나고 심도 있게 논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본격적으로 의견이 맞서는 세부 실행안에 대해서도 노사정의 안을 모두 올려놓고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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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논란과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발생한 노동시장의 사법화 증후군, 당장 오는 2016년부터 60세 정년이 시행되지만 10%대에 그치고 있는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 등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민감한 현안들이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노사정위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노동계에서는 벌써부터 반대가 상당히 커지고 있어서 앞으로 논의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유연성 제고방안을 강행하게 하는 명분을 만들어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사정회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본위원회가 끝난 뒤에도 "합의문에는 국민 여론과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해고요건 완화나 직무성과급체계 확산 등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노린 직접적인 표현이 쓰이지는 않았지만 '노동이동성'이나 '노동시장 활성화' 등의 우회적 표현에 유연화 전략 의도를 내포시켰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정규직 고용안정성을 해치는 방향으로의 구조개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일방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대화를 우선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끝까지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본다는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민감한 현안에 맞섰을 때는 어느 순간 테이블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를 집중적이고 효과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노동시장특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며 노동계와 사용자단체 위원 수를 현재 2명에서 3명으로 늘리자고 요청했다.

김대환 위원장은 "이번 합의에는 노사정 모두가 미래지향적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대화와 타협의 길로 나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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