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컵특집/지구촌현장을 가다] 1.싸구려 코리아는 없다

최고의 품질·AS '이젠 당당한 名品'서울경제 미주취재팀이 출발한 지난 4월중순. 미국 뉴욕은 갑작스런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렸다. 거리 곳곳에는 민소매 차림의 가벼운 옷을 걸친 뉴요커들이 경쾌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처럼 이곳도 휴대폰 통화를 하며 길을 걷는 사람들이 쉽사리 눈에 띠었다. 9ㆍ11테러참사의 악몽은 어느 정도 가신듯한 모습이었다. 뉴욕의 50가에 자리잡은 휴대폰 전문 매장인 '써니USA'. "이번에 출시된 삼성휴대폰은 노키아나 에릭슨 등 다른 회사 휴대폰의 기능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능, 디자인 모두 환상적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다. 노키아나 에릭슨은 대당 150~170달러 선이지만 삼성은 200달러 정도다." 삼성휴대폰이 눈에 띠어 들어가니 마야라고 자신을 소개한 판매원이 다가와 묻지도 않는 말을 했다. 사전 탐색을 위해 매장을 찾았다는 중국계 캐나다인 유학생 조이스 시(여)씨도 "다른 모델보다 작고 가벼워 마음에 들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며 "삼성휴대폰 넘버원"이라고 말을 거든다. 그동안 중국, 동남아의 추격으로 압박을 받아온 '메이드인 코리아'가 미국ㆍ일본ㆍ유럽세를 뚫고 첨단, 고급품 시장에서 점차 최고의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아직은 그 영역이 제한적이지만 갈수록 빠르고 넓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삼성휴대폰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신분의 상징' 또는 '갖고싶은 최고급'으로 대접받고 있으며 미국, 유럽시장에서 한국의 디지털 가전제품들은 '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인정받고 있다. 유럽취재팀이 찾은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거리의 '프낙(FNAC)'.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이곳은 엄격한 제품 조사와 확실한 아프터서비스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한국제품을 찾는 것은 이제 그리 어렵지 않다. 가전제품이 있는 3층 전시장을 올라가니 중앙에 배치된 60인치급 초대형 PDP TV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다가가 살펴보니 LG전자제품. 가격표에는 30,490유로, 우리 돈으로 3,7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였다. "프낙에서 제일 비싼 TV다. 소비자들이 쉽사리 볼 수 있도록 중앙에 배치해 우리는 항상 최고급 가전제품을 취급한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이곳 매장 판매직원의 설명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도 한국산은 상당한 대접을 받고있었다. "예전에는 소비자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마케팅의 주요 업무였지만 지금은 소비자를 이끌어간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삼성제품을 써본 소비자들은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지,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톨벤 안데르센 삼성전자 덴마크법인장)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산을 갖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중남미 취재팀이 찾은 브라질 상파울루의 LG전자 타우바테공장. 이곳에선 80여명으로 구성된 소비자콜센터의 전화안내원들이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빠르게 대응하느라 눈코뜰새가 없을 지경이었다. "LG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폭증하면서 올해 콜센터 직원을 대거 증원했다.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는 상품들의 경우 이제 품질 격차를 갖고 우열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치밀한 애프터서비스, 소비자가 갖고 싶어하는 디자인, 다양한 기능 등을 두루 갖출 수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한다."(김수철 LG전자 남미본부 부사장) 김 부사장은 "제품 수리기간동안 소비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새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빌려주고 있다. 비용부담이 있지만 사전 마케팅 효과도 높고, 소비자들이 LG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기대이상의 호응을 얻고있다"고 덧붙였다. LG에게선 마케팅, 애프터서비스, 품질, 기업이미지 전반에 걸쳐 고른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LG는 현재 중남미시장에 진출한지 만 6년만에 일제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은 물론 60여년의 현지활동을 지닌 필립스와 대등한 위치에 올랐다. 브라질 2위의 가전유통체인 폰토프리우(Pontofrio) 상파울루매장의 파울로 삼페이(총 매니저)씨는 "한국산 가전제품은 가격뿐 아니라 품질에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특히 소비자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많아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 중의 하나"라고 확인해 주었다. 서울이 지구촌 축제인 2002 한일 월드컵 열기로 달아오르는 동안 한국의 또 다른 국가대표선수들은 어느새 '최고들의 경쟁마당'에서 세계 1위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특별취재팀> 김형기팀장 kkim@sed.co.kr 이규진기자 sky@sed.co.kr 홍병문기자 goodlife@sed.co.kr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최원정기자 baobab@sed.co.kr

관련기사



이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