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가치 제대로 평가 받겠다"

■ 기업 주가관리 적극유리알 경영 정착·사상최대 실적 자신감 국내기업들의 주가관리를 위한 발걸음이 한층 빨라졌다. 감추기에 급급했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회사의 '실체'를 알리는 데 다양한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주가가 조정장세에 들어서면서 주가 떠받치기는 더욱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주가관리에 활발한 몸짓을 보이는 것은 한마디로 이제는 내놓고 알려도 좋을 만큼 내실이 튼튼해졌기 때문이다. '유리알경영'이 정착된데다 무엇보다 올 1ㆍ4분기 중 사상 최대실적을 거두며 실탄(현금)이 풍부해졌다. 반면 주가는 외풍(미국증시)에 휘둘리며 내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기업 스스로 '실질가치'를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 알릴 것은 알리겠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기업의 투명성은 후진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올들어 이 같은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초우량 회사에 국한되던 기업설명회(IR)는 중견ㆍ중소기업까지 폭넓게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1ㆍ4분기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자 국내외 증권사에 IR 기회를 문의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 미국ㆍ유럽ㆍ홍콩을 돌며 IR를 연 데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외 IR를 개최할 계획이다. SK도 주가관리를 위한 2단계(단기ㆍ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SK㈜와 SK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IR 조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초 3차례 해외 IR를 실시한 현대자동차는 연말까지 총 10여차례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무디스가 현재 Ba2로 '투자 부적격'인 신용등급도 이르면 이달 말 Baa3로 두단계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사도 마찬가지. 아시아나 IR담당자는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아 자사주 매입 등의 인위적 주가부양 방안은 마련할 수 없지만 올들어 향상된 실적(1ㆍ4분기 흑자전환)을 최대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역시 이달 중ㆍ하순께 홍콩에서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이 주최하는 IR에 다시 참석해 월드컵 효과 등을 중점 홍보하기로 했다. ▲ 실탄 쏟는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증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업의 실질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로서는 보유 현금을 투하, 인위적으로라도 주가를 띄울 수밖에 없다. 그 특효약이 바로 자사주 매입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자사주 매입에 1조원을 책정한 것은 그 연장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미 총 5,491억원을 투입해 보통주 133만주와 우선주 42만주를 사들였다. 당초 연말께 나머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주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시장상황에 따라 조기에 집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회사측은 지난 3월 주총에 앞서 자사주 소각규정도 정관에 신설했다. SK그룹도 적극적이다. SK글로벌이 3개 증권사와 자사주 매입 신탁을 체결,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SK㈜도 중장기 전략을 세워 자사주 매입을 강구 중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주가관리와 부채상환에 2조원을 투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밖에 포스코는 이달 초 도입한 '신우리사주제도(ESOP)'를 통해 5년 동안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대우조선도 연내 600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INI스틸은 대주주인 현대캐피탈과 기아자동차가 총 643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 경영권 안정과 주가부양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경우. 기아차도 유통물량이 현대차(2억주)의 2배 수준인 3억6,900만주로 주가 탄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이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 오너가 직접 나선다 =중견그룹 오너들의 의식이 변하면서 주가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도 이제 주가관리에 신경쓸 때가 됐다"며 기업가치 올리기를 직접 챙기고 있다. 이에 따라 9개 상장 계열사의 IR담당자들이 'IR위원회'를 구성, 주가 올리기에 나선 상황. 동부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오너의 지적이 나옴에 따라 전사적으로 주가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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