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기고] 환율하락,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최근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올들어 안정기조를 유지해 온 원화환율은 지난 4월 중순 1,332원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떨어져 최근에는 달러당 1,280원을 오가고 있다. 채 한달도 되지 않은 동안 4%나 떨어져 수출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현재의 환율수준은 수출기업이 바라는 적정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출업계가 적정이윤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율수준은 1,305원이나 현재의 환율은 이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적자수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른 기업들의 경우에도 채산성 악화에 직면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굴지 모 기업의 경우 환율이 달러당 100원(10%절상) 떨어지면 순이익이 1조원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환율이 하락하면 채산성 악화를 피할 수출기업은 아무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채산성을 보전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바람직한가. 가장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수출단가를 인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환율하락을 보전하기 위한 가격인상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남들이 못 만드는 제품을 만들거나 남들보다 뛰어나 제품사양과 품질을 가진 제품을 만든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이런 기업들은 몇 안될 것이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원화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수출기업의 60%가 경쟁업체는 물론 바이어와의 관계를 고려해 수출단가를 전혀 인상할 수 없다고 한다. 또 1∼2%밖에 인상할 수 없다는 업체도 16.2%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환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수출채산성 악화가 심화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A사의 경우를 보자. 이 업체는 5월초 150만달러 어치를 수주했지만 달러당 1,300원을 상정한 것이어서 최근의 환율급락이 채산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가격을 2∼3% 인상하기 위해 바이어와 가격조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가격인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만산과 중국산이 자사제품보다 10∼30% 싸기 때문에 가격인상을 추진할 경우 바이어가 금세 이탈할 공산이 커서 매우 난감한 입장에 처해 있다. 이는 한 중소기업의 실제 사례를 본 것이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일반적인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최근 환율하락에 대해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환위험을 헷지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지난 3월과 4월초 수출물량을 1,320원에 선물환 계약을 해놓아 한시름 놓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기업도 앞으로가 걱정이다. 왜냐하면 최근 환율하락으로 선물환율도 크게 하락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채산성 악화는 피할 길이 없다. 최근 정부에서는 원화절상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원화절상이 수출에 주는 타격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4월중 수출이 13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7% 증가하여 수출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평균 수출액을 따져보면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경우 여전히 경기회복이 불투명한데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원화가 앞으로도 가파르게 절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국 경기가 불투명하고 수출이 뚜렷한 회복을 보이지 않는 현시점에서 최근의 환율하락은 수출채산성 악화는 물론 향후 수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외환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율안정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수출업계는 바라고 있다. /신승관<무억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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