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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가 국유지를 무단 점유해 수십년간 사용한 것도 모자라 돈을 낼 테니 국유지의 사적 사용을 허용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 책임있는 대기업이 법을 너무 경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소위 재벌기업이 법을 무시하다가 문제가 되자 '벌금을 내겠다'며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하려는 초법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어서 심각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같은 KCC그룹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치'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는 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CC는 무려 31년간 태화강 하천부지 1만4,000여㎡를 불법 점거해 사무실, 공장 등으로 사용하다 울주군이 사용중지 처분을 내리자 이를 정지시켜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더해 정몽익(사진) KCC 대표이사는 지난해 8월 수사에 착수한 울주경찰서의 출석 조사 요구를 묵살하며 변상금과 강제이행금 등 벌금을 내겠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된 KCC언양공장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31년간 울산시 울주군 태화강 하천구역의 토지 65필지, 1만4,000여㎡를 을 불법 점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KCC는 국유지인 이곳에 본관사무실, 변전실, 제품출하창고 등 10개 건물을 지어 사용해 왔다. 현재 언양공장이 무단으로 점유 사용 중인 국유지 규모는 전체 공장부지의 20.7%에 달하고, 제품생산에 필요한 주요 공정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에 울주군은 지난해 6월부터 원상복구 시정조치,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으나 KCC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9월 행정처분 집행정지 소송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KCC는 지난 23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진행된 'KCC언양공장 태화강 하천부지 불법 점유' 재판에서 "2016년 공장 이전 때까지 현재 하천부지 불법건축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울주군의 사용중지 명령을 최소해달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 대신 변상금과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울주군은 재판 의견서에서 "KCC가 무단점유한 하천부지가 태화강 계획 홍수수위보다 낮아서 제방을 쌓도록 돼 있는 지역"이라며 "하천 유지 관리에 필요한 토지를 하천법에 따라 공익목적으로 관리해야 함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점유하겠다는 KCC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울주군은 행정처분을 따르지 않은 KCC에 이행강제금 6,900만원을 다시 부과한 데 이어 하천법 위반 혐의로 2,300만원의 변상금을 추가로 내도록 통보했다. 이번 변상금은 지난해 2월부터 이달까지 1년치로 울주군은 지난해에도 변상금 1억1,4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불법행위의 기간에 비해 액수가 턱없이 적은 것은 5년치만 소급 적용할 수 있는 현행법 규정 때문이다.
이와함께 지난 8월 수사에 나선 울주경찰서는 수사 과정에서 정 대표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정 대표는 이에 불응,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경찰은 지난해 8월초 울주군청 건설방재과, 건축과와 함께 현장을 확인한 뒤 경계측량 도면 등을 확보해 언양공장장 김모씨만을 불구속 입건,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후 경찰은 고발사건에 대해 KCC 법인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이송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사건을 송치했고 현재 재판이 울산지법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대해 KCC 관계자는 "법무대리인, 관계 임원이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어 정 대표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며 "법적으로 따진다면 무단 점유가 맞지만 그렇다고 공장을 몇 달만에 옮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2016년 이전 합의에 따라 준비하는데 시간을 좀 달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