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고소득 전문직 `거품' 빠진다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혀온 변호사, 건축사들이 「워크아웃」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넓고 우아한」 사무실을 줄이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몇몇 사람이 모여 공동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군살빼기가 한창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일감이 줄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검찰청 앞 법조타운 골목엔 건물마다 변호사사무실 간판과 함께 「임대」 안내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수입이 줄어든 변호사들이 사무실을 줄이거나 아예 철수, 빈 사무실이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N빌딩의 경우 지난해말 2명의 변호사가 사무실을 비웠다. L모 변호사는 형이 운영하는 공인회계사 사무실로 들어갔다. 다른 L모 변호사도 동료와 함께 합동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들이 비우고 떠난 사무실은 아직 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R빌딩의 관리를 맡고 있는 장흥식씨는 『변호사들이 사무실을 줄이거나 합동사무실을 운영하는 바람에 건물마다 비어있는 사무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사무실을 새로 구하는 변호사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타운의 빌딩 소유주들은 최근 임대료를 평당 10만~20만원씩 내렸다. K변호사는 『이 곳에서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들의 수입이 지난 한해동안 적어도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이 곳의 임대료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다. 이면도로변 건물의 30~35평짜리 사무실은 보증금 4,000만~5,000만원에 월세 80만~100만원선이다. 관리비도 월 70~80만원이 든다. 사무실 임대와 관리비로만 월 200만원 가량이 드는 셈이다. IMF체제 전만 하더라도 변호사들에게 이 정도는 별로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건축사들의 몸집 줄이기는 처절할 정도다. 인력을 90%정도 줄이는 곳은 부지기수다. 아예 사무실을 폐쇄하고 아는 사람끼리 통합운영하는게 붐을 이루고 있다. 건축전문지에는 「폐업하자니 실업자가 되고 사무실을 유지하자니 적자만 늘고 있다. 임대보증금 1,000만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사무실을 공동 운영하자」는 광고가 속속 등장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S건축사사무소는 3개의 건축사 간판이 걸려 있다. 별개의 사무실을 운영하던 2명의 대학동창이 사무실을 옮겨온 탓이다. 40평 크기의 이 사무소에는 3명의 건축사가 직원 8명의 인건비와 임대료 등 운영비를 분담하고 있다. 100여명의 직원을 거느렸던 강남구 논현동 A사도 최근 인력을 10여명으로 대폭 줄이고 사무실도 4개 층에서 1개 층으로 축소했다. 한 때 잘나가던 서초구 방배동의 K건축사사무소도 지난해 말부터 대학동창이 운영하는 M건축사사무소에 얹혀 지내는 신세가 됐다. M건축사사무소의 L모 소장은 『아예 문을 닫고 싶지만 연락처라도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선후배나 친지에 얹혀지내는 건축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해당 업계는 울상이지만 소비자단체는 물론 일부 변호사들조차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송보경 회장은 『그동안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겐 특권층이라는 의식과 품위유지를 위한 거품이 많았던게 사실』이라며 『사무실 줄이기 등 비용절감 노력은 겉치레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의식변화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고 지적했다.【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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