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2일로 예정됐던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갑자기 무기한 연기되면서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방통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최근 촛불집회가 갈수록 확산되고 정부와 청와대 전반에 대한 인적 쇄신론이 대두되는 등 정국불안이 계속되자 업무보고 준비를 거의 중단한 상태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아직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효순ㆍ미선 추모식(13일), 6ㆍ15 남북공동성명, 6ㆍ29선언 등 아직도 많은 관문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고가 빠른 시간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다. 게다가 당장 13일부터는 방통위 전체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장관회의 ‘모드’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현실적으로 보고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 일각에서는 업무보고를 꼭 해야 하는가 하는 지적이 또다시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 보고를 준비하기 위해 당장 일을 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하반기에 하자니 이미 업무의 상당부분이 진행된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버스는 이미 출발해서 한참 가고 있는데 지금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보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업무보고를 한다 해도 의미가 퇴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업무보고를 통해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고 통합모직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려 했는데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며 “서면 보고 후 로드맵 발표와 같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