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전학 첫날 선생님으로 위장, 1주일동안 전교생을 골탕먹인 당돌한 10대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부유한 사업가로 명성을 날리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 국세청의 압력이 들어오고, 프랑스 몽샤르 출신의 어머니는 아버지 옛 동료와 집안에서 관계를 갖는 등 화목했던 가정에 금이 간다. 급기야 부모의 이혼얘기를 듣고 이혼서류에 기재된 양육권 선택의 순간 가출해 뉴욕으로 간다. 여기서 프랭크는 탁월한 연기력과 명민한 기지를 발휘해 팬암 항공사의 부조종사로 위장한다. 모든 항공 노선에 무임승차는 물론 스스로 체득한 수표 위조 기술로 미국을 횡단하며 전국은행에서 140만달러를 가로챈다. 급기야 프랭크가 만든 다량의 위조수표를 입수한 21년 경력의 FBI의 최고 요원 칼 핸러티(톰 행크스)가 프랭크의 뒤를 쫓고 오랜 추적 끝에 드디어 혈혈단신 프랭크의 호텔방에 덮친다. 하지만 칼과 마주친 프랭크는 정부 비밀요원으로 둔갑 “당신이 좀 늦었군. 범인은 이미 내가 잡았어”라며 위조수표를 챙겨들고 여유롭게 빠져나온다. 뒤늦게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칼은 자존심 회복을 결심한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프랭크의 가족. 하지만 자신을 속인 프랭크가 겨우 17살의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에 또다시 칼의 자존심은 무너진다. 24일 개봉되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수입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1960년대 실존했던 희대의 수표사기꾼 프랭크 아비그네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와 그를 쫓는 FBI베테랑 요원 칼 헨러티의 쫓고쫓기는 게임을 그린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고 할리우드 최고 주가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기 충분하다. `디어헌터`의 존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재즈풍의 음악을 배경으로 프랭크 주니어의 용의주도한 사기행각만큼이나 변화무쌍한 그의 바람둥이 기질이 빠른 줄거리에 속도감과 활기를 준다. 영화의 절반 이상은 아비그네일의 기발한 사기 행각을 소개한다. 그의 행동에 항공사직원들도, 동료의사들도, 은행 경리계원들도 정말이지 눈 깜빡이지 않고 홀딱 속아넘어간다. 그는 적절한 칭찬과 꾸밈없는 미소, 표리부동한 임기응변으로 금융과 교통, 복지의 네트워크를 주름잡는다. 할리우드 감독 장인의 경지에 오르고 있는 스필버그감독은 그의 사기행각을 통해 미국이 60년대를 기점으로 급성장하는 산업속에 붕괴되기 시작하는 가족사를 빗대어 얘기한다. 한 로터리 클럽에서 아버지의 연설을 들으며 감동해 뜨거운 박수를 보낸 프랭크 주니어가 이혼소식을 듣고 바로 집을 뛰쳐나갔으면서도 끊임없이 아버지에게 편지를 띄우면서 자신의 안부를 들려주는 모습등이 그렇다.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으로 상당히 길다. 그래도 그 어느영화보다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으로 연기변신에 성공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과 우직하면서도 정이 가득한 형사로 나오는 톰 행크스의 연기 호흡을 보다보면 훌쩍 간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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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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