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령화쇼크] 23. 중국-부모부양 법으로 강제

"성장 우선" 가족에 부양 떠넘겨'선진국들은 부강해진 다음에 나이가 들었다. 그러나 중국에는 (부강해지기도 전에) 늙음이 먼저 왔다'. 중국의 작가 린잉(林英)이 '인구 고령화의 위기'에서 한 말이다. 여기엔 고령화로 치닫는 중국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중국에서 고령화는 '나홀로' 쾌속 성장하는 경제에 엄청난 짐이다. 장웨이칭(張維慶) 국가계획생육위원회 주임은 "지난 2000년 이미 인구의 10%를 넘어버린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인구의 3분의 1에 육박할 것"으로 우려했다. 오는 2020년께 일본을 누르고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고령화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와 있다. ▶ 산아제한정책의 그늘 중국의 고령화는 지난 79년부터 강력하게 추진된 산아제한정책의 그늘이다. 류쉐민(劉學民) 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산아제한정책은 지난 20여년동안 약 3억명의 노동인구를 줄이는 역효과를 몰고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고령화는 더욱 빨라져 오는 2050년께는 2명의 근로자가 8명의 어린이와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노인복지 '孝'에 의존 그럼에도 고령화 재앙을 막기 위한 중국의 사회적 준비는 충분하지 않다. 노인문제는 전적으로 가족의 몫으로 떠넘겨져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여러 나라 중 노인에 대한 가족부양의무를 가장 구체적으로 법제화하고 있는 나라다. 노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는 헌법, 혼인법, 노인권익보장법 등에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심지어 노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5년이하의 징역의 벌을 내릴 수 있는 근거 (형법 제183조)까지 있을 정도다. ▶ 2030년까지가 중요한 시기 중국이 노인들을 가족이 끌어안도록 법으로 강제한 배경에는 전통적인 효사상과 경제적인 이유가 섞여있다. 장허니앤(張鶴年) 상하이 사회과학원 부소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이제 겨우 800달러 수준에 와있는데 어떻게 선진국수준의 사회보장시스템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묻는다. 시장경제가 확대됨에 따라 노인부양의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만 맡길 수만은 없지만 아직은 경제성장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사회보장도 소홀히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우선순위에서 경제에 밀려있다. 얜하오(嚴浩)사회발전연구소 부연구원은 "그나마 노동인력이 풍부할 때 경제를 성장시켜 놔야 하는데 고령화가 변수로 등장했다"며 "젊은층 비중이 비교적 두터운 오는 2030년까지가 성장의 황금기이며 그만큼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 노인 일자리 창출 이런 이유로 노인인력을 경제성장의 '짐'이 아니라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각별하다. 지난 83년에는 24개 중앙부처 장, 차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전국노령위원회가 설립됐고 2000년에는 리난칭(李嵐淸)국무원 부총리을 위원장으로 하는 노령일자리회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장카이디(張愷悌) 노령과학연구원 부주임은 "청ㆍ장년층의 높은 실업률로 인해 딜레마에 빠져있으나 시장경제로 가족의 유대관계가 위협 받고 있는 만큼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래저래 중국도 고령화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결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고민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고령화문제 해결을 놓고도 양국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빨리 서두는 수밖에 없다. 베이징=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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