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이 새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윤곽을 드러냈다.
그동안 `점진, 자율, 장기적 추진`과 `정면돌파론` `속도조절론`사이를 오가며 오락가락하는 듯한 인상을 줬던 새 정부 재벌정책 방향은 정면돌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 정부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상속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적용, 출자총액제한 제도 강화 등 이른바 3대과제를 중심으로 재벌개혁을 공약했던 대로 추진키로 확정했다.
◇재벌 개혁 3대 원칙 밀어붙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확정한 참여정부 국정비전과 국정과제 보고서 가운데 경제분야 국정과제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등 4개다. 주요 골자는 기업환경을 대폭 개선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동북아 프로젝트와 과학기술육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그러나 인수위가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만들기 위한 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인수위은 외환위기 이후 개혁성과가 많이 나타나고 있긴 하나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정착과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재벌ㆍ금융정책을 개선키로 했다. 무엇보다 3대 재벌개혁 과제를 꾸준하게 추진하고 금융사가 보유한 자기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권한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제도도 현행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법상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활성화하고 공익소송제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금융사 대주주 및 주요 출자자의 자격요건제도 강화, 대주주와 계열사에 대한 대출한도 단계적 축소, 비상장 금융사에 대한 감독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증권시장 통합 = 복잡한 금융감독체계도 합리적으로 개편된다. 상장ㆍ등록기업들의 회계제도나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들의 민영화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책목표를 설정키로 했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선물시장은 연계운영을 강화하고 중복, 분산된 기능을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추진키로 했다. 인수위는 증권시장 통합을 지주회사방식이 아닌 사업부제방식으로 실행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사실상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우체국 금융제도는 금융자금 흐름을 효율화하고 민간 금융회사와의 공정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연금 더 내고 덜 받는다 = 새 정부는 또 재정운영 전반에 비효율성과 낭비요인이 남아있다고 보고 재정, 세제개혁도 단행할 예정이다. 법을 위반해 집행된 재정에 대해서는 국민소송제도를 도입하고 최저가낙찰제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재상세, 종합토지세등 보유세에 대한 과표를 현실화해 세수확충, 투기차단등의 목적을 달성키로 했다. 특히 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이대로라면 바닥날 게 뻔한 공적연금체계를 뜯어고치고 자산운용의 효율성도 제고할 생각이다. 국민연금등 공적연금에 대해 엄격한 재정평가를 실시한 후 연금부담률과 수입 대체율(급여)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현행 `저부담 고급여`체계인 연금체계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뀔 전망이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