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가격·신선도·떨이판매 역발상 영업… 대형마트 눌러

정부가 연구하는 일본 채소가게 아신야의 경쟁력



가격·신선도·떨이판매 역발상 영업… 대형마트 눌러
정부가 연구하는 일본 채소가게 안신야 경쟁력은…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일본 도쿄 오타구에 있는 채소가게 안신야는 99.1m²(약 30평) 크기의 조그마한 상점이다. 어느 날 가게 맞은편에 대형마트인 주스코(JUSCO)가 둥지를 틀었다. 주스코는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ㆍ홈플러스처럼 규모와 자금력을 가진 대형 기업이다. 안신야는 매출이 뚝뚝 떨어졌지만 그대로 망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묘안을 냈다. 아침마다 신선 농산물을 구해와 떨이를 하고 품목의 일부는 밑지면서 팔았다. 마트에는 다양한 물건이 있지만 신선도와 가격정책의 유연성에서는 안신야를 따라올 수 없었다. 안신야의 매출은 전보다 크게 올랐고 주스코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정부가 일본 채소가게 안신야를 연구하고 있다. 단순히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형태가 아니라 중소 슈퍼마켓의 경쟁력을 키워 유통업계에 정상적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6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경부 유통물류과장이 일본 재래시장과 소형 점포, 안신야 등의 영업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4~6일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지경부는 이를 토대로 중소 유통업체 지원ㆍ발전방향을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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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안신야의 영업성과를 보면 우리나라 중소 가게들도 대형마트와 겨뤄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다만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점이 분명히 있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은 돕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신야는 다양한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품의 20%는 원가 이하로, 20%는 원가로 팔아 고객들에게 싼 상품이 많다는 점을 홍보한다. 그래도 밑지지는 않는다. 제품의 60%는 25~40%의 마진을 붙여 팔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마진율은 다소 낮아졌지만 손님이 두 배로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안신야는 할인정책도 마음대로 폈다. 대형마트인 주스코는 본사가 일괄적으로 가격을 결정ㆍ관리해 유연하지 못했다. 하지만 안신야는 상황에 따라 최저가격 정책을 시행했다. 즉 안신야는 오전에 떨이를 했다. 이른 새벽 산지에서 농산물을 조달해 9시부터 판매하는데 수시로 종을 울려 할인행사를 한다. 전날 저녁 상품을 들여와 다음날 아침 배송해 판매하는 대형마트와는 신선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안신야는 오후1~2시면 당일 상품의 90%를 팔아 치운다. 기존 슈퍼들이 문을 닫기 전에 하는 수 없이 떨이판매를 하는 것과 정반대다. 지경부 관계자는 "안신야는 신선도가 가장 높은 오전에 할인판매를 실시하는 등 역발상 영업으로 성공했다"며 "소형 상점은 정책의 유연성이 높다는 것이 대형마트에 비해 강점"이라고 전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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