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예산 더 줄일수 있다(사설)

김영삼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예산 1조원 절감을 지시한 것은 정부의 허리띠졸라매기 솔선수범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본란에서는 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국회 심의과정에서의 올예산의 대폭적인 삭감 필요성을 누차 지적한 바 있다. 정부나 국회는 예산삭감의 당위성을 도외시했다가 뒤늦게 대통령에 의해 절감을 강요받게 되었으나 공무원들의 돌덩이 같은 타성이나 부처이기주의에 비추어 얼마가 절감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예산이 절감돼야 할 이유는 명백하게 두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솔선수범이고, 둘째는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이다. 김대통령도 경제회복을 국정의 최우선에 둬야 할 만큼 지금 우리경제는 매우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이를 타개하기위해서는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민간분야에선 체질강화를 위해 감량경영 구조조정 등의 과정에서 크나큰 진통을 치르고 있다.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파업사태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과연 정부 쪽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어떤 노력을 보여주었던가. 보직도 없이 떠도는 「인공위성」 공무원의 정원을 늘려달라고 하거나, 정부투자기관에서는 4천명의 인력증원을 요구하는가 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에는 미국보다도 많은 28명의 공무원을 파견하는 것이 정부가 하고 있는 처사다. 민간이야 어찌 되든 공무원들만 독야고복하겠다는 심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래 가지고서야 민간에 대한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 요구가 어떻게 씨알이 먹히겠는가. 정부는 대통령의 예산절감 지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올해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다. 제대로 예측했다면 불요불급한 예산은 동결한다는 의지로 예산편성에 임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전년대비 증가율 13.7%의 팽창예산을 짤 생각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회심의도 당연히 그런 방향이었어야 했다. 올예산은 71조4천6억원으로 전년대비 13.4%가 늘어났다. 이는 올해 경상성장률(물가상승률+실질성장률) 전망치 11.3%보다 2.1%가 높은 것이다. 그러나 올 경제가 침체를 계속한다면 경상성장률은 10%대에 머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5%대의 저성장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선적으로 세수확보가 어려워진다. 이 점에서 정부와 국회 모두 대국적인 안목을 결여했다. 특히 국회는 불황기에 국민의 세금부담을 줄여줄 생각은 않고 예산불리기에 급급하다가 정부예산안에서 0.28%를 삭감하는 시늉만 내고 할일을 다한 듯한 자세다. 1조원 절감지시에 대해 공직사회는 이미 동결시켰다거나 유류값인상 등으로 절감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나 예산운용의 방만성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12조원으로 추정되는 경상경비 중 대통령의 해외여행경비로부터 각종 소모성 물품구입비에 이르기까지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절약해야 한다. 현정부는 지난 93년 예산에서 1조3천억원을 절약한 선례도 있다. 경상성장률에 맞춰 1조원이 아니라 2조원을 절약한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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