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LG전자 기싸움 그만

지난 14일 오후. LG전자에서 긴급 사안이라며 자료를 보냈다. 요즘 판매가 부쩍 늘고 있는 벽걸이 TV(PDP TV) 가격을 최고 22%까지 내린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30분이 안돼서 삼성전자에서 연락이 왔다. 자신들은 이미 지난주 말에 14일부터 가격을 대폭 내려서 팔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대리점에 보냈다고 밝혔다. LG보다 먼저 가격인하를 결정했는데, 이를 눈치 챈 LG가 물타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하루 뒤인 15일 LG전자가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공조기기 전시회에 시스템에어컨을 출시하고 유럽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는 자료를 돌렸다. 이를 안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자신들도 참가했다며 내용을 전해왔다. 전시회 개막(16일)에 맞춰 배포할 계획으로 자료를 미리 만들어 놓았으나 LG가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와 어쩔 수 없이 같은 날 내보낸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두 회사간 자존심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들어 LG가 그룹차원에서 '1등 LG'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 자존심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두고 서로의 수치가 과장됐다는 입씨름을 벌이며 일전불사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두 회사의 기 싸움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 모른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맞부닥치는 경쟁자이다 보니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모두 1등을 지향하니 더 신경이 날카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존심 경쟁을 넘어 자칫 감정 싸움으로 치달아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두 회사간 경쟁이 제품의 질이나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면 금상첨화지만 최근같이 상대방 헐뜯기로 계속 진행될 경우 모두에게 득 될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전자업계는 경쟁관계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협력하는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역행하면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도태될 수 있다. 더욱이 두 회사는 국내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는 전자업계 양대 산맥이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서로를 깎아 내리기 보다는 용기를 북돋워 주고 충고해 주는 넓은 아량이 필요하다. 지금은 국내업체끼리 싸울 시간이 없다.. 임석훈<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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