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로의 5대그룹 현황과 과제] 삼성

지난해 5대그룹중 구조조정을 가장 잘한 곳으로 삼성이 꼽혔다. 김대중대통령도 삼성이 구조조정에 가장 앞섰다고 평가했으며 본지가 지난해말 실시한 주한 외국기업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평가가 나왔다.구조조정에 관한한 삼성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 연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짓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올해 경영지침을 「경쟁력 30% 제고」로 정하고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삼성은 단순히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빼겠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경영 전분야에 걸쳐 획기적이고 혁신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30%」라는 수치를 설정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조직 및 인력,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큰 틀이 거의 마무리됐기 때문에 올해는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하면서도 구매·생산·품질의 생산성 향상 등 내부적인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기 위해 이같은 경영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올해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2000년이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핵심사업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부채비율 100~150% 내외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강하고 견실한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재계는 물론 해외의 시선도 긍정적이다. 특히 삼성이 자동차라는 부담을 덜었기 때문에 삼성의 잠재력이 더욱 커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자동차라는 신수종 사업을 포기한 삼성이 또다시 어떤 업종을 신수종으로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 삼성은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된 경쟁력과 역량을 바탕으로 자동차이후 그룹의 대표업종으로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찾는데 고민하고 있고 올해 구체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삼성이 공기업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포항제철이나 한국가스공사, 한국중공업의 지분인수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동차와 종합화학 등 그룹의 간판으로 육성하려던 제조업을 포기한 대가로 축적된 유동성으로 공기업을 인수,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서비스 사업 진출도 삼성이 노리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 삼성은 구조조정이 완료된 2000년부터는 정보통신, 디지털사업 등 고부가가치 신규사업을 확대해 21세기를 준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은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확보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정보통신 서비스 사업진출을 모색해 왔고 올해가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제2구조조정 대상으로 도마위에 올라있는 정보통신서비스업체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호기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국통신이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지분 18%에 대한 입찰에 삼성이 적극 참여, SK와 경쟁을 벌이거나 데이콤, 신세기통신, 한솔PCS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삼성의 행보가 자칫 과거 영역확장의 재판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감도 배제할수 없다.「핵심사업군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삼성의 구조조정 목표와 거리가 먼 사업확장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다. 자동차라는 짐을 덜어냈지만 이로 인해 역량을 어디에 집중시켜야 할지 정체성의 위기에 처한게 삼성의 현주소인 셈이다. 자동차사업 포기와 구조조정으로 비축된 잠재력을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사용하느냐, 아니면 다시 한번 신수종 사업을 찾아보느냐의 기로에서 삼성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관심거리다. 이와 관련, 사업성이 좋고 남들이 잘하는 업종에 기웃거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업종에 주력하는게 경쟁력 강화의 첩경이라는 컨설팅 전문가들의 조언을 새겨봐야 할 시점이다.【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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