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위(Bowie) 채권

얼마전 보위(Bowie)채권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용어는 영국의 유명한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자신의 음악적 지식과 재능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한 데서 비롯됐다. 보위채권의 발행과정을 자세히 보면 참으로 흥미로운 시대변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1997년2월 보위는 뉴욕의 투자회사 풀먼 그룹(Pullman Group)의 도움을 받아 5,500만달러의 10년만기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채권발행을 위한 물적담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동안 보위가 작사ㆍ작곡한 300여편의 노래에서 벌어들일 수입과 그가 앞으로 개최할 공연수입이 `보위 채권` 발행을 위한 유일한 담보였을 뿐이다. dl렇게 발행된 보위채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투자서비스(Moody`s investor service)로부터 A등급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보위채권이 제너럴 모더스(GM)와 동일한 신용등급을 받았고 푸르덴셜 보험사가 이 채권을 전량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채권은 그동안 정부나 기업같은 조직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제 개인도 재능과 지식만 뒷받침되면 이를 담보로 얼마든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당분간 연예계나 스포츠 스타들처럼 특수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특수전문직 종사자나 유능한 경영인을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특정개인에 대한 신뢰만으로 시장을 설득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집단적인 팀을 하나로 묶어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유동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메릴린치가 이탈리아 라지오 축구팀이 벌어들일 미래의 입장료 수입을 근거로 2,500만달러 어치의 채권을 발행하도록 주선했던 사례가 그 가능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개인도 미래가치가 인정되면 얼마든지 우리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소개한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조직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직장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찬가지 이치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사람으로 인정되면 그 가치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조직이 그를 탐낼 것이기 때문에 그의 미래는 튼튼하게 보장될 것이다. 오늘날 평균수명은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정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직장을 퇴임할 때 어디선가 서로 영입하려고 안달할 만큼 자신의 미래가치를 최대한 키우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배영식(신용보증기금 이사장)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