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증시 살리기' 마지막 비상카드

■ 제2증안기금 설치 검토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확산에 위기감 정부가 검토 중인 '제2증안기금' 설립은 증시, 나아가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미리 짜놓은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의 3단계에 해당한다. 이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제2증안기금 설립 검토는 그만큼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주가를 받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제2증안기금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운만 떼놓았을 뿐 아직은 구체적인 조성규모나 자금조달 방법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시장안정에 효력을 발휘할 정도로 충분히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기준은 마련돼 있다. ▶ 왜 제2증안기금인가 증안기금은 지난 90년 정부가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증권사ㆍ은행ㆍ보험회사ㆍ상장법인들의 공동출자를 받아 민법상의 조합형태로 만든 기금이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만든 반(反)시장적인 기금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이 증안기금을 완전한 실패로 보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지금은 원금 9,013억원과 이익금 2,444억원이 남아 있는 상태. 증안기금은 96년 조합원 총회에서 내년 5월까지 출자금을 반환하는 청산을 결의함에 따라 현재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고심 끝에 제2증안기금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증안기금이 이미 그 효력을 다했다는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아쉬운 대로 남아 있는 이익금 2,444억원을 주식매입에 쓰는 카드를 활용할 계획이나 절대 규모가 작아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형편이다. 최근 증시침체로 주식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2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코끼리 비스킷도 안되기 때문이다. ▶ 증시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 제2증안기금 설립을 검토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은 미국의 금융시장이 워낙 불안해 증시안정조치가 백약이 무효인 격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보험사의 계열회사 주식매입한도를 늘려주고 투신사 펀드의 계열사 매입한도도 사실상 풀어줬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거의 없었다. 정부의 잇따른 증시안정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달려왔다. 결국 남아 있는 수단은 총알(자금)을 직접 조달해 시장에 투입하는 원시적 수단밖에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제2증안기금을 설치하는 것 외에 또 다른 특단의 대책도 검토 중이다.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주가하락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특단의 대책이 동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국장은 "그러나 시장에 주는 충격을 감안해 정부의 복안을 있는 그대로 다 밝힐 수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주문했다. 특단의 대책은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미국에서 돌아온 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또 기업연금제도와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등을 예정대로 올해 안에 도입해 내년 초부터 시행되도록 관련부처와 재계ㆍ노동계와의 협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주식시장이 얼마나 흔들리길래 정부가 이처럼 동원 가능한 카드를 모두 꺼내 보이는 것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9월 시카고 ISM 제조업지수도 48.1포인트로 하락해 예상치인 53포인트를 크게 하회하자 제2의 경기침체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메릴린치도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가능성이 높아져 소비자 신뢰가 하락하고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내년 1ㆍ4분기 미국경제의 성장전망을 종전의 4.1%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주가도 미국시장의 영향권 아래 더블딥, 기업실적 악화(warning), 전쟁 가능성(war) 등 이른바 3W현상으로 바닥 모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가는 최근 들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투자심리를 '공황' 상태로 내몰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증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기관투자가의 추가적인 손절매와 외국인 매도흐름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동석기자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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