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은 미 9ㆍ11테러 여파로 고양된 국민들의 불타는 애국심 속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된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예상대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대(對) 국민연설을 통해 또 한 차례의 애국전쟁을 호소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즉각 무장해제시켜야 한다는 것. 부시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의 표면에 '세계평화'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행간을 들여다보면 미국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라크전을 구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지을 수 없다. 위기에 처한 미국경제를 구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용감한 라이언 일병과 같은 부시 일병(一兵)이 돼 전쟁터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 일부에서는 이미 전쟁에 대한 불안심리가 미 경제 곳곳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전쟁이 터지면 조속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커져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게 부시의 판단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백악관 경제담당 보좌관인 로렌스 린지는 "세계경제 침체의 주범인 후세인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00억~2,000억 달러로 계상되는데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장사"라는 언급까지 했을 정도. 특히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전쟁효용론 배경에는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의 아련한 '추억'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미국의 대대적인 공습으로 걸프전이 1주일 만에 종결되자 주가가 곧바로 24%나 급등하는 등 침체된 미 경제가 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매장량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이라크의 석유도 전쟁에 대한 유혹을 부풀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유가급등으로 미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세계 석유시장에서의 유가결정권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손아귀에서 미국으로 옮겨보자는 속내인 것. 하지만 이 같은 부시 대통령의 시나리오가 착착 맞아 떨어질 수 있을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가뜩이나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는데 전운(戰雲)은 깊어만 간다.
한운식<국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