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뒤늦게 눈 뜬 '주거복지'

정부가 '주택건설촉진법'을 30년 만에 '주택법'으로 '리모델링'하고 그 동안의 공급위주정책에서 벗어나 주거복지 및 기존주택의 관리 개선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정책 전환이다. 이와 함께 '주택건설종합계획'을 '주택종합계획'으로 확대해 10년 단위의 장기계획을 수립, 주택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주거복지의 효율적 추진이란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일본 게이오(慶應)대의 한 교수가 서울을 방문했다가 대단지의 중형 아파트에 사는 한 가정집에 초대를 받았다. 집 주위와 집안을 둘러 본 그는 21세기 주거환경은 이 정도는 돼야 한다면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일본은 경제개발을 할 때 공급위주의 정책으로 '비들기집'같은 아파트를 대거 건설했으나 선진국이 된 지금 주거환경 개선이 주택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고 이는 앞으로 일본정부가 해야 할 큰 과제이지만 너무 늦었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우리의 주택정책도 과거 일본처럼 공급위주였다.. 평수는 일본 보다 넓을지 몰라도 아파트의 질 등은 일본과 비교할 바 못됐다. 우선 주택이 부족하니 질이나 주거환경 보다는 우선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이 두어졌다. 자연히 주거환경에 대한 배려,즉 주거복지는 뒷전으로 밀렸다. 시장이나 학교가 없는 곳은 물론 도로 조차 제대로 개설되지 않은 곳이 수두룩 할 정도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육박해도 이 같은 공급위주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주택건설을 촉진하다 보니 무계획한 난개발로 전국토가 신음하고 있고 재건축까지 부추겨 자원의 낭비까지 초래했다. 이러다 보니 주택 관리나 삶의 질 개선의 바탕인 주거복지란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에 주택정책을 주거복지 위주로 전환한 것도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지만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가까운 상황에서 주거복지 실현은 일본의 '비들기집'개선처럼 늦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자극을 받고 돌아가 단독주택을 허물고 새 집을 지은 게이오대 교수는 주거복지는 처음 집을 지을 때부터 배려해야 했다는 것을 새삼 통감했다고 한다. 집은 커졌는데 골목 길은 그대로라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도 다세대주택 건설붐으로 이 같은 일이 도처에서 벌어져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집을 지을 때부터 주거복지를 우선 하는 것이 주택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거복지 장기종합계획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건설한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그래도 주거환경이 정비됐다는 것은 그만큼 종합계획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이와 함께 리모델링 등 주택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얻으려는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국민들은 주택관리를 통한 주거환경 개선보다는 재건축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주거복지에 대한 국민이나 건설업자의 의식변화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