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등의 공세로 궁지에 몰린 캐나다의 ‘블랙베리’가 경영진을 물갈이하고 새로운 경영진 함께 위기탈출을 모색한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를 지난 18년간 이끌어 왔던 공동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짐 발실리와 마이크 라자리디스가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며, 이들을 대신할 신임 CEO로 토스텐 하인스(54ㆍ사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명됐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경쟁에서 밀려 위기를 맞은 RIM을 이끌게 된 하인스는 지난 2007년 RIM에 합류해 그 동안 주로 블랙베리 6와 7의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해 온 인물이다.
RIM 회생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으며 CEO로 선임된 하인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들에게 “앞으로 회사를 분사할 계획은 없으며, 새로운 스마트폰인 블랙베리 10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제조라인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만약 블랙베리 10 운영체제 라이선스 사업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IM은 올 하반기에 블랙베리 10 운영체제를 갖춘 스마트폰을 시판할 계획이다.
그는 또 이날 미국의 개인소비시장 공략을 위한 RIM의 마케팅 메시지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는 (개인 소비시장이 중요하며) 이를 담당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며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자리를 신설해 이를 담당할 인물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RIM은 그 동안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집중한 애플과 구글에 비해 기업 소비자들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벌여왔다.
RIM은 이날 하인스를 도와 RIM의 회생을 책임질 새로운 인물도 발표했다. RIM은 겸임 체제였던 CEO와 이사회의장직을 분리, 로열뱅크오브캐나다의 COO와 토론토 증권거래소 CEO를 역임한 바바라 스타이미스트 현 이사를 새로운 이사회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처럼 RIM이 전격적으로 새로운 경영진을 꾸리기로 결정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업체인 애플과 구글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RIM의 순이이은 지난해 3ㆍ4분기 2억 6,500만달러(주당 51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51%나 떨어졌으며,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은 1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지난 해 10월에는 사상 최악의 서비스 불통사고가 발생하고 새로운 제품의 출시가 계속해서 늦춰지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하지만 경영진 교체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RIM이 얼마나 경영혁신을 이룰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CEO에서 물러난 라자리디스는 앞으로 이사회 부의장직을 맡을 예정이며, 발실리도 이사회 임원과 주요 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대한 조언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인스도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전임 CEO들의 경영 방침을 계속 따를 것”이라며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도 여전히 냉랭하다. CEO 교체소식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RIM의 주가는 전날 대비 8.5% 하락한 15.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