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삼성 등 간판그룹서 주도(감원 회오리)

◎금융기관·연구소 등까지 무차별 확산/고급인력 실업 사회문제로 비화 우려 「현대쇼크」란 말이 재계에 유행이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단행한 파격적인 임원인사가 올해 재계 전체의 인사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데서 나온 말이다. 비상경영상태가 아니라면 임원의 경우 줄인다 해도 보통 10%, 많아야 20%다. 그런데 현대는 『30%를 줄인다』고 발표한 것. 이 회사의 전체 임원이 1백5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에 대한 재계의 충격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쇼크」는 『국내 최대그룹의 수석계열사,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 다른 차업체에 비해 경영성적이 양호한 현대자동차가 이정도면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반응에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재계의 충격은 삼성그룹이 『올해 연말인사에서 30%의 임원을 감축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대우그룹은 임원정년제를 도입, 현재 임원의 절반인 6백여명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해외로 내보낸다는 방침을 밝혔다. 쌍룡양회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임원의 20%를 줄일 방침이며 한나, 한화, 롯데, 코오롱 등 대부분의 그룹들도 이같은 방침에 동조하고 있다. 기업뿐이 아니다. 내년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직사회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태로든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며 인력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기업의 연쇄도산과 금융불안 심화, 주가폭락 및 환율급등까지 겹치는 「최악의 사태」가 닥치면서 감원태풍은 이제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임원, 연구소 등 전문인력으로 까지 몰아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30대 그룹의 경우 올 연말 기업의 정기인사에서만도 회사를 떠나게 될 임원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3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보, 기아, 진로, 해태 등 좌초기업에서 감원된 임원과 금융기관 등에서 물러날 인력을 합할 경우 올들어 자리를 떠난 고급인력수는 5천명을 넘어선다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운영하는 고급인력정보센터에는 새 직장을 찾는 고급인력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의 임원, 국장급 이상 공무원과 박사학위 소지자 이상의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이 센터의 등록인원은 지난달말 3천8백여명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7월 가동한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전대길이사는 『한보와 기아 등 대형업체들의 부도후 등록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총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내년초에는 6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때쯤이면 고급인력의 실업은 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는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퇴직 고급인력 가운데 재취업 비율은 희망자의 8%선에 그치고 있다. 또 그동안 퇴직임원들에게 제공했던 「예우」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당장 어렵다고 고급인력을 무차별적으로 내보낼 경우 그들이 가진 노하우가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바쁜데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소리에 묻혀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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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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