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중고차 보증프로그램 봇물

신규 물량 쏟아져 가격폭락 위기감 고조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중고차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중고차에 대한 보증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2~3년 전 자동차 리스 시장으로 대거 내놓았던 제품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몰려 나오면서 중고차 가격 폭락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상태가 양호한 중고차 품질에 대해선 가격을 올리는 대신 메이커가 품질 보증을 서겠다고 나선 것. 중고차를 구입할 때 소비자들의 마음 한 구석을 불안케 하는 것은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이는 차가 막상 구입 후에 온갖 고장과 말썽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점. 메이커 보증 프로그램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중고차를 살 수 있고, 업체들 입장에선 가격하락 압력을 받는 중고차 시장에서 조금이나마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너나 없이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나선 것은 지난 99년과 2000년의 리스 시장 붐에서 비롯된 결과다. 매월 임대료를 받는 한편으로 몇 년 후 임대차량을 회수한 뒤에는 중고차를 내다팔아 신차 판매보다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동차 리스 시장. 하지만 이를 노린 업체들이 리스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99년 한 해 동안에만 무려 540만대의 신차가 리스 물량으로 쏟아져 나올 정도로 시장이 급팽창했다. 문제는 이들 리스 차량이 회수되기 시작하면서 중고차 가격이 폭락하는 이른바 '리스 버블'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 USA 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리스 시장에서 중고차 시장으로 넘어오는 차량은 사상 최고 수준인 310만대. 막대한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중고차 가격이 급락 압력을 받게 되면 자동차 업체나 딜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중고차 가격의 폭락은 신차 가격도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 메이커들의 위기 의식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이 고개를 돌린 것이 보증 프로그램이다. 세부 내용은 업체마다 각양각색이지만, 일반적으로는 2~3년 전에 출시된 차량으로 ▲ 주행거리는 4만 마일, 많아야 7만5,000마일 이하이며 ▲ 약 300가지 항목에 대한 정밀 검사를 거쳐 ▲ 기한 또는 마일 수의 제한을 두고 메이커들의 보증 및 기타 인센티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 파손 부분에 대해선 임대자가 책임지고 보상을 해야 되는 리스 차량은 상태가 양호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하기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들 보증 중고차는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대신 일반 중고차에 비해 400달러에서 때로는 2,000달러 가량 비싼 값이 매겨진다. 특히 업체들이 보증 프로그램의 타깃으로 삼는 것은 고급 중고차 고객이다. 고객 유치를 위해 주행거리 10만 마일까지 제품 보증은 물론이고 때로는 자동차 업체들이 저금리 할부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도 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돼 새 차 구입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관계 업자들은 설명한다. 도요타 자동차의 미국 영업부문 마케팅 담당인 스콧 헤이어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중고차 시장 규모는 4,200만대를 넘어서는 수준. 보증 프로그램은 신규 차량 시장의 3배에 달하는 중고차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자동차 업체들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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