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제주도의 영화박물관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제주도 남단(南端), 서귀포에서 동쪽으로 14킬로미터 떨어진 남원읍 해변가에 한국최초의 영화박물관이 세워졌다. 지난 6월 5일 오픈하자 관광의 인적(人跡)이 드물던 시골 마을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넓직하게 준비한 주차장이 비좁아 법썩일 정도다. 박물관의 외관(外觀)은 제주도의 풍물(風物)과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드문드문 높이 솟은 야자수와 끝없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3만평 대지 한복판에 온통 흰색의 건평 810평 2층 구조물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1, 2층의 큰 원통 벽면에 그동안의 우리나라 주연(主演)급 영화배우 144명의 인물사진이 장식됐고, 방마다 한국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각종 기자재와 소품, 특수촬영 기법, 왕년의 인기영화 포스터와 시나리오 대본, 자료, 트로피등이 전시되어 있다. 영상합성으로 간단한 영화체험을 하는 장치와 컴퓨터로 영화정보를 검색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현장에서 우연하게 설립자 신영균(申榮均)씨를 만났다. 허름한 운동복차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구경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이것저것 열심히 살피는 모습이었다. 옷차림 때문인지, 세월의 흐름 때문인지 왕년의 스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보였다. 『왜 하필 이 외진곳에 만들었는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입니다. 여기 땅은 30년전 촬영왔을 때 보고 사놓은 것입니다. 관광지니까 제주도 관광코스의 하나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석철씨가 설계했고 100억원을 들였습니다. 외국의 영화박물관을 가볼 때마다 영황인으로 그것이 무척 부러웠고, 한국에도 언젠가는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이 이제야 실현됐습니다. 미래의 영화인들에게 좋은 교육장으로 활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영균씨는 돈 벌려는 욕심으로 한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실제 돈을 벌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원래 돈에 굳고, 재(財)테크에 능하다고 소문난 신영균씨이기 때문에 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밑지는 장사를 하리라고 믿지 않는 듯했다. 그의 극장운영경험을 살려 수익사업화 하려는 의도가 역력히 보였다. 입장료 4,000원에, 곳곳에 유로로 자기사진을 영상합성으로 찍게 한다던지 캐릭터 ·스낵코너·야외카페 등 부대시설이 충실했다. 수많은 관람객속을 빠져 나오면서 아무리 시골구석이라도 볼만한 명소(名所)명물(名物)을 꾸며 놓는다면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돈을 벌려는 욕심이라도 좋으니까 음악·연극·문학 등의 박물관이 어딘가에 자꾸 세워졌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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