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제, 이라크戰을 기다린다”

(USA투데이 신디케이트) 현재 미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이라크전 발발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단 모든 것이 단시간 안에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라크전의 장기화는 원유 가격의 급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이라크나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미국 본토에 가해진다면 이는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워싱턴 DC 아메리칸 유니버시티에서 전쟁 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는 조슈아 골드스타인 교수는 “미국 경제와 국제 유가의 향방 등은 전쟁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라크전 발발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은 경제 전반을 뒤덮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주요 비즈니스 회의를 연기하고 있다. 또 노동자들은 일자리에 대해 염려하며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원유 가격은 오르고 주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9ㆍ11 테러 사태를 겪어본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염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에 있어 불확실성만한 악재도 없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말이다. 최근 USA 투데이와 CNN,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00명의 응답자중 25% 가량이 전쟁 위협 때문에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의 성공적인 수행, 즉 최소의 인명 피해와 원활한 원유 공급, 미국 본토에 어떠한 테러 위협도 가해지지 않을 경우 `불확실성`이라는 안개는 모두 걷힐 것이다. 이는 미국의 성장률 상승, 유가 하락, 고용 증가, 증시 랠리, 그리고 기업 투자 증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코노미 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만약 이라크전이 단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끝나기만 한다면 막힌 곳을 시원하게 뚫어 주는 사건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지수가 뛰기 시작하고 경제는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할 때 제2차 세계대전을 예로 든다.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군비 지출 증가가 고용 증가로 이어져 침체에 빠진 미국을 건져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하지만 현대의 전쟁은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2의 걸프전에 동원될 장비들은 모두 기존에 개발된 무기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주만 공격이 있기 전부터 1944년 말까지 국내 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국방비는 무려 41%나 증가한 것으로 예일대 경제학 교수 일리엄 노도스는 집계했다. 반면 10년 전 첫번째 걸프전에서 GDP중 차지하는 국방비의 증가율은 고작 0.3%에 그쳤다. 걸프전은 종종 1990년대 초 미국 경제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 유전을 불태워 버린 뒤 유가는 치솟았고 물가 역시 크게 올랐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추락했고 기업 투자도 가라앉았다. 다행스러운 일은 경제학자들이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의 미국 경제는 더 낫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 당시 미 경제는 7년간의 팽창기를 거쳐 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이라크의 쿠웨이트의 공격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악재였다. 현재 미 경제 상태가 얼마나 견고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간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일년전보다는 상황이 훨씬 개선됐으며 회복의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게 대다수 학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과거 이라크 분쟁이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였던데 비해 이번에는 전쟁 발발 가능성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제기돼 왔다는 점도 과거보다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유가의 경우 이미 전쟁 악재가 꾸준히 반영돼 점진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충분히 감안, 투자에 임하고 있다. 경제는 갑작스런 쇼크보다 이 같은 점진적인 변화에 내성이 길러지게 마련이다. 노도스 교수는 “이미 단기전에 대한 기대 등으로 인해 전쟁에 대한 역(逆) 발상이 서서히 일고 있다”며 “미국이 쉽게 승리할 경우 유가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며, 1990년에서 1991년 사이의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말해 전쟁이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리=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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