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노벨상이 '화제'다. 그러나 화제의 본질은 판이하다. 한국에서는 씁쓸하게도 우리나라 유일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로비설로 정치권 공방이 한창이다. 일본은 이와 달리 이틀연속 물리상과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데다 화학상 수상자가 기업연구소의 평범한 젊은 연구원이란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덕택에 이 연구원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우리는 깎아 내리기를 하고 일본은 치켜세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일본의 축제 분위기를 전해 듣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짝이 없다. 정치권은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폄하하는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듯하다. 평화상을 반납하라는 소리까지 서슴지 않는다. 모처럼 수상한 노벨평화상이 더러운 정치싸움의 도구로 전락한 것을 보고 국민들은 자괴심 까지 느끼고 있다. 노벨재단도 아마 기가 막혀 있을 것이다. 노벨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의 전유물로 일컬어져 왔다. 후진국 사람들의 연구나 사회활동이 이들 나라에 비해 뒤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업적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더 큰 원인이 있다. 이 때문에 노벨상을 받으려면 업적을 알리려는 노력,즉 '로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추악한 로비로 수상이 결정된다면 노벨상은 지금의 권위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치권의 로비설 공방은 노벨상 관계자들이나 다른 수상자들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도 있다. 앞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로비설의 진상은 알 수 없지만 수상을 위해 업적을 알리려는 노력을 했다면 조금도 나쁠 것이 없다.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않는 꼴사나운 정치공방 보다는 일본이 3년 연속 화학상에, 그것도 올해는 물리학 수상자 까지 낸 배경에 주목하고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일본의 두 노벨상 수상자는 '꼴찌들의 반란'이란 말이 어울릴만하다. 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小柴昌俊) 도쿄대 명예교수는 중학교 때 교칙을 상습적으로 위반했고 도쿄대 물리학과를 꼴찌로 졸업했다. 화학상의 다나카(田中耕一)연구원은 지방대학출신에 대학시절 1년 유급까지 한 '자유분방'한 학생이었다. 그러한 학창생활 속에서도 독창적인 자기세계를 구축한 것이 오늘의 영광을 차지하는 밑거름이 됐다. 기초나 적성을 무시한 암기위주의 교육을 하고 남의 영광을 축하해주는데 인색한 풍토에선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어렵다. 암기위주의 틀에 매인 교육으로는 창의력을 살려줄 수 없다. 일본의 두 수상자의 자유분방한 학창생활이 창의력 발휘의 보탬이 됐다는 평가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적성과 창의력을 살려주는 교육과 남의 업적과 성공을 평가하고 밀어주는 사회분위기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원동력이다. 다나카 연구원의 말처럼 자기의 연구성과와 업적을 널리 알리려는 노력 곧 '로비'가 곁들여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