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거 이라크 지원국 ‘앞일 걱정’

“이란에 대한 생화학무기 사용을 눈감아 주고 원자로를 지원해 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를 한낱 `살인광`으로만 취급하다니….”영국 BBC 방송은 사담 후세인이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항변으로 서방국가들을 당황하게 할 수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1970~1980년대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이 후세인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라크에 무기를 판매하고 석유 이권을 챙기려는 경제적 이유가 컸다. 미국은 특히 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이 중동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라크를 보루로 이용했다. 이라크가 80년대 이란과의 전쟁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한 사실을 미국이 묵인했다는 것은 미 국무부 기록에도 남아 있다. 83년 민간특사로 이라크를 방문한 도널드 럼스펠드 현 국방장관은 후세인과 따뜻한 악수를 나누며 “우리는 이란과 시리아를 견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익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70년대 이라크에 원자로 2기를 판매해 이스라엘 등 주변국의 분노를 샀다. 80년대에는 프랑스가 수출한 무기의 40%가 이라크에 팔렸다. 당시 총리였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후세인을 “나의 절친한 친구”라고 불렀다. 소련과 독일, 이탈리아 등도 후세인 정권에 수십억~수백억 달러 규모의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이 국가들이 비교적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당시 이라크와 교류한 과거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을 위해 후세인 중동의 실세로 만들고, 그의 악행을 눈감아 주다가 이제 와서 “나 몰라라”한다는 도의적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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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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