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1세기 금융비전 포럼]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과 국내금융기관의 역할

“채권시장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예보채, 외평채 등의 공급을 늘리는 한편 브로커 위주의 유통구조를 딜러 중심으로 유도하겠습니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12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1세기 금융비전포럼`에서 “최근 국채금리가 너무 내려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현재 79조~80조인 국채시장 규모를 재정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21세기 금융비전포럼(의장 이규성)은 지난해 11월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모임으로 신동혁 은행연합회 회장, 윤병철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 등 주요 금융계 CEO가 이날 자리에 참석했다. 이날 포럼의 메인 행사로 진행된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과 국내금융기관의 역할` 세미나의 주요내용을 요약한다. ◇국내 채권시장 현주소=금융위기 이후 국내 채권시장은 양적ㆍ질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채권 발행잔액의 GDP대비 비율은 지난 97년 49%에서 지난해엔 95%로 부쩍 커졌다. 같은 기간 주식이나 은행대출 등 다른 금융자산과 비교해도 훨씬 빠른 속도다. 채권투자자의 성격도 달라졌다. 연기금과 보험권이 새로운 투자자로 부상한 반면 투신권은 대우사태 등으로 위축되면서 지위가 크게 약화됐다. 때문에 시장 발전을 위해 금융권의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권 정책관은 “외환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하면서 자금이 은행권으로만 몰리는 등 금융시장 내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시장의 자금배분ㆍ중개기능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안전자산에 집중된 자금을 다양한 투자대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기법을 개발하고 투자자가 안심할 수 있는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시아 채권시장 동향=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한결 같은 특징은 높은 저축률과 풍부한 외환보유액 등 많은 자본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 그러나 자본의 효율적 배분 기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역내 금융시장의 미비로 대부분의 자본이 뉴욕, 런던 등 선진 금융시장으로 유출됐다가 다시 주식 등 고위험 자산으로 역내에 재유입 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최근 `APEC재무장관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아시아채권시장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진행되는 것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역내 채권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통화스왑 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특정국 통화표시의 채권에 대해 서로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두번째는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역내 대다수 기업의 신용등급은 낮은 수준인 데 반해 투자자들은 높은 신용등급 채권에 투자하기를 바란다. 세번째는 상품 만기구조와 기간이 맞지 않는다는 점. 발행자는 장기자금을 선호하는 반면 투자자는 투자위험을 고려해 단기투자를 원한다. ◇역내 채권시장 발전방안 모색 활발=취약한 자본시장 하부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는 게 국제간 협력. 한국정부는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차관회의`에서 아시아지역 채권시장 발전방안을 향후 역내 금융협력 주요과제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아시아국가 전문가들이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증권화를 활용한 아시아 국가 통화표시의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고 ▲역내 신용보증제도 활성화와 신용보증 전담기구 및 신용평가기관 설립을 추진하며 ▲결제제도와 외환규제를 완화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아시아 채권시장의 발전에 앞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먼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카드채 사태에서 드러난 신용평가제도의 후진성을 극복해야 하고 ▲회계ㆍ공시제도의 투명성을 제고하며 ▲원화 관련 스왑거래의 시장조성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적ㆍ물적 인프라를 구축 등이 선결과제로 손꼽혔다. 권 정책관은 “동북아 금융허브의 구축은 국제적인 채권시장의 구축에서 시작된다”며 “금융위기 과정에서 축적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및 부실채권 정리 경험을 활용해 국내 금융회사들이 아시아 채권시장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병철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제도도 필요하지만 역내 아시아 국가 간의 신뢰와 친목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최근 카드채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 금융회사는 위험을 회피하고 정부에 기댈 게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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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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