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교실]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

화폐단위 낮춰 거래불편 해소한국은행이 중장기적인 과제로 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은 미래 세대의 경제적 편의 및 통일 이후에 대비해 디노미네이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노미네이션은 기존 화폐단위를 '100분의 1' 또는 '10분의 1'등 일정한 비율로 로 낮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1만원을 100원으로, 1,000원을 10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흔히 디노미네이션을 실행하면서 혼란을 피하기 위해 화폐단위도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경우 지난 53년에는 기존 100원을 신권 1환으로, 62년에는 구권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는 배경으로는 인플레 기대심리 억제, 자국 화폐의 대외적 위상 제고, 경제적 효율성 증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중남미, 동구권 등 상당수 국가들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100%를 웃도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금액이 계산이 어려울 정도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디노미네이션을 활용했다. 하지만 과거 프랑스의 디노미네이션처럼 달러 등 외국통화에 대해 자국 화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단행되는 경우도 많다. ▶ 후손들에 대한 경제적 편의 제공 현재 한은이 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거래금액이 나날이 커지면 계산, 장부기재, 지급결제 등 여러 면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숫자가 커질수록 일반인들은 계산에 애를 먹기 마련이다. 1원의 1,000배는 1,000원이라고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10만원의 1,000배는 잠시 머리 속에서 계산을 해야 1억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액의 자금을 계산하면서 개인적으로는 '4~5초'의 시간이 소요될 뿐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엄청난 시간이 들어 경제 효율을 해친다. 또 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되면 현재의 1원 단위 사용에 따른 경제적 비효율성도 제거할 수 있다. 현재 1원 단위는 실제 상품거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저 금융회사에서 이자 계산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1만원이 10원으로 디노미네이션되면 계산과정이 간편해질 뿐 아니라 비효율적 요소도 제거될 수 있다. 한은은 디노미네이션과 함께 기존의 소액 거래를 위해 보조화폐단위로 '전'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장기 과제로 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하는 것은 우리 세대는 당장 불편을 느끼지 않더라도 미래 세대들에게 경제적 편의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화폐의 대외적 위상 제고 원화가 현재의 1,000원에서 1원으로 디노미네이션되면 원ㆍ달러 환율도 달러당 1.2원 정도가 된다. 이렇게 되면 원화는 더 이상 '싸구려 화폐'가 아니라 달러화의 가치가 대등한 '고급 화폐'로 격상된다. 일본이 이미 오래전부터 엔화의 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드골정부는 지난 58년 공식 출범과 함께 "60년 1월1일부터 기존 '100프랑'을 '1신(新)프랑'으로 조정한다"고 선언했다. 프랑화가 달러당 수백 프랑에 거래된다는 사실이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을 은근히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60년부터 62년까지 구 프랑과 신 프랑을 함께 사용하다가 구 프랑을 63년까지 모두 회수했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디노미네이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성공 배경으로는 ▲ 구 화폐의 끝자리 절상 등 편법을 통한 가격인상 억제 ▲ 공공요금 동결 등을 통한 물가안정 노력 ▲ 적극적인 홍보와 투명한 관련 정책 집행 등으로 지적된다. ▶ 화폐발행 등 직ㆍ간접 비용 만만치 않아 디노미네이션은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우선 새로운 화폐를 발행, 신ㆍ구 화폐의 교환 등 막대한 직접적인 비용을 들여야 한다. 또 현금지급기, 자동판매기 등의 교체, 전산화되어 있는 회계장부 변경 등을 위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이밖에 신ㆍ구 화폐를 병행 사용하는 기간동안 여러 혼 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같은 비용지출은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새로운 자동화기기, 전산시스템 등에 대한 수요로 정보기술(IT)분야는 특수를 누릴 수도 있다. 하지 만 이런 특수는 금융, 유통 등 일부 부문의 비용증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비용분담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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