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잘해야 하는데…" 세리, 조급증에 흔들려

■ 최하위 박세리 왜 이러나

“안 되는 걸 어떻게 해.” 박세리(27ㆍCJ)가 19일 오전 5시 20분 도착하는 LA발 한국 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자신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세마 스포츠 이성환 이사에게 의외로 밝은 목소리로 전화해 한 말이다. 박세리가 끊임없이 추락하는 이유. 그것은 박세리 말 그대로 ‘그냥 안 된다’다. 골프를 잘 못하는 108가지 이유 중 가장 마지막이며 제일 단순한 이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복잡한 것이다. 박세리의 경우는 심리적인 영향이 절대적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하루 속히 예전으로 되돌아 가고 싶다는 조급함, 자신의 삶 전체를 관망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데 따른 정신적 공허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밑바탕에 있는 것은 정신적 공허함이다. 14세에 골프를 시작해 그야말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골프만 보며 살았던 그는 LPGA무대 입성 후 베어트로피와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 등 굵직한 업적을 이루면서 여유가 생기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 자연인 박세리의 삶, 결혼이나 은퇴 등등 그 동안 거들떠 보지 않았던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한마디씩 거드는 말들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조금만 하면 따라 잡을 것 같던 소렌스탐이 PGA 톱 스타들과 겨루며 저 만큼 앞서가고 박지은과 안시현, 한희원 등 후배들은 자꾸 추격해 오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해졌다. 미국 무대 ‘선구자’로서의 부담이 20대 처녀를 짓누른 것이다. 또 생각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자 마음은 자꾸만 조급해지고 예전의 카리스마 넘치던 스윙이 점차 위축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샷이나 퍼트를 100%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다양한 대회에서는 제 실력을 낼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 소속사인 CJ측도 속만 끓이고 있다. 그러나 박세리의 부활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것이 한 줄기 희망이다. 다만 주변의 질책이나 동정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얼마나 잘 추스리느냐가 ‘박세리 부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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