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태일정밀 계열사 전격 화의신청/‘부도처리된’ 부도유예협약

◎‘채권유예조치론 회생 힘들다’/채권단과 상의없이 독자결행/부도협약 ‘유명무실’ 재차입증부도유예협약이 사실상 부도처리됐다. 부도유예협약을 부도낸 당사자는 가장 늦게 협약 적용대상으로 선정됐던 태일정밀. 태일정밀계열 7개사는 지난 10월15일 부도유예협약대상으로 지정됐으나 지난 8일 채권단과의 협의조차 없이 전격적으로 화의를 신청했다. 부도유예협약은 당초 부도직전 기업에 대한 처리방안을 검토할 시간을 벌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협약 적용기간 중 경영실사를 통해 부도처리 또는 법정관리 등 처리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태일정밀이 부도유예협약기간 중에 전격적으로 화의를 신청함에 따라 부도유예협약이 법정관리 또는 화의 신청을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되는 데 불과하다는 사실이 새삼 입증되어버린 셈이다. 태일정밀 관련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난달 15일 태일정밀·뉴맥스 등 7개사를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하고 24일 제1차 대표자회의에서 1백15억원의 긴급자금 지원과 함께 오는 12월12일까지 2개월간 채권행사를 유예해 주기로 했다. 태일정밀은 그러나 2개월간 채권행사를 유예해주더라도 더이상 자력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8일 채권단과의 상의없이 전격적으로 법원에 화의를 신청했다. 태일정밀측은 오는 12월까지 기다리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도유예협약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태일정밀은 특히 화의 신청을 위해 은행권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1백15억원 규모)조차 받지 않았다. ◎화의신청 금융기관 반응/“어쩔수 없는일”… 대체로 수긍/상환조건엔 이견/종금은 “긍정검토” ○…현재 금융기관들은 태일의 화의신청에 대해 부득이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화의조건에 대해서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일정밀이 법원에 제시한 화의조건은 ▲무담보채권(화의채권)의 경우 2년간 상환 유예 후 연리 5%로 5년간 원리금 균등상환 ▲담보채권(별제권)은 2년거치 5년 균등분할상환에 연 8%의 이자 지급 등이다. 은행권은 법원으로부터 화의조건을 포함한 화의동의에 대한 의견서를 보내오는 대로 회의절차 개시에 대한 동의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지만 태일정밀측이 제시한 화의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종금사들은 추가 부실채권 발생을 막기 위해 태일정밀의 화의신청에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는 와중에 갑작스레 화의를 신청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일단 태일정밀측이 제시하는 화의조건을 살펴본 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나라종금의 유재복 이사는 『종금사들의 입장에서 더이상의 부실채권을 떠안을 수 없는 상태』라며 『태일정밀의 화의 조건을 면밀히 검토한 후 화의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종금의 김건종 상무도 『두달의 부도유예기간으로는 자구계획 실현에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결국 화의에 동의할 수밖에 없지않느냐』고 말했다. 종금사들의 태일정밀 여신규모는 지난 8월말 현재 모두 1천9백39억원으로 여기에 4백억원 상당의 회사채 지급보증까지 합칠 경우 총 2천3백억원을 넘어서는 상태. 종금사들은 또 태일정밀 계열사인 뉴맥스와 뉴맥스파이낸스에도 각각 2백26억원과 3백42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별로는 대한종금이 4백30억원으로 가장 많은 여신규모를 기록했으며 대구·항도·경남·나라·신세계·한화종금 등도 각각 1백억원 이상씩의 여신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종석·이형주 기자>

관련기사



이형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