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을 사이버 세상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우리 나라의 큰 통신회사 중 하나는 한때 기업 캐치프레이즈를 '사이버 세상의 리더(Cyber World Leade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전적인 의미야 발로 디디지 못하고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가상의 세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버라는 말이 전달하는 느낌은 무언지 모르게 비현실적이고 우리가 실제로 사는 모습이나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세계로 다가온다. 금속성, 익명성, 그 익명 뒤에 숨어 과감해지는 폭력성, 번쩍거리는 의상 등으로 상징되는 사이버 세계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아닌 듯하다.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런 비인간적인 느낌을 전하는 '사이버'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eWorld, eLife, eBiz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인터넷이 발전한 세상이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서 생활ㆍ사고방식을 모두 바꿔야 할 것만 같은 낯선 '사이버 월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리얼 월드(Real World)'에서 인터넷과 IT를 잘 활용해 진정한 의미로 세상을 보완함으로써 더 효율적이고 더 편리한 삶을 살아가게 한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현재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모으며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대중 서비스들을 가만히 보면 '리얼 월드'와 같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쪽보다는 게임ㆍ채팅ㆍ미팅, 익명성과 대화명에 가려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간의 커뮤니티에 치우쳐 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돼 발달하는 느낌이다. 영화 정보, 맛있는 음식점 찾기, 기념일 알림 등의 생활에 필요한 개별 컨텐츠나 서비스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정작 그것들을 이용해야 할 사람인 '나'(또한 무수한 네티즌들)는 여전히 필요한 생활정보들을 주변의 사람들에게 확인한다. 새로 개봉한 영화 중에 내 취향에 맞는 영화가 무엇 무엇이 있고 그중 어떤 영화가 더 재미있는지, 며칠 후에 있을 동창 모임에는 어떤 스타일의 음식이 어울리고 어느 음식점에 예약하는 것이 좋을지 등은 비서나 회사의 동료들에게 묻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기반으로 한 무선 인터넷이 한창 발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다 영화나 한편 볼까 싶어서 핸드폰으로 영화예매 정보에 접속하면 비싼 접속요금을 지불해가면서 몇단계의 메뉴를 선택해서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다. 또 들어가더라도 지금 내가 서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부터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지방에 있거나 서울에 있거나 간에 똑같은 목록의 순서에 따라 지역과 영화관을 하나하나 찾아내려가야만 한다.？ 인생의 은인이라 마음으로 섬기며 살면서도 바쁜 일상 중에 한동안 안부 인사를 드리지 못한 그분께 전화라도 한통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챙겨주는 것은 아내나 비서이다. 결혼기념일이 돼서 아내에게 어떤 선물을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스럽다고 하면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조언해주는 사람도 바로 비서나 결혼한 여직원이다. 하지만 대수롭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은 이런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와 도움을 우리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필자는 정말 필요한 인터넷 서비스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 서서 알려주고, 챙겨주고, 가장 좋은 것을 골라주는 도움은 바쁘기 그지없는 사장님이 아니라도 누구나 일상 속에서 늘 필요한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마치 믿을 수 있는 비서 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일상 생활의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인터넷 서비스가 아닐까. 젊은 세대가 아니어도,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도, 채팅을 하지 않는 사람도 인터넷을 이용할 이유가 비로소 생기는 시점도 바로 이런 서비스가 이뤄질 때라고 생각한다. 포털 서비스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서비스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당장'은 큰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이찬진<드림위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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