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멈춰야 할 졸부들의 행진

대선(大選)은 끝났지만 여러모로 어수선한 연말이다. 경제전망이 어둡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최근에도 일부 몰지각한 부유층이 무분별한 과소비행태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국제유가가 30달러를 넘고 제2의 외환위기까지 우려되는 판국에 방탕에 가까운 해외 골프여행과 호화사치 쇼핑 등으로 흥청망청하는 사람이 많다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10월에 해외 골프관광을 나간 사람이 1일 평균 230.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나 늘어났다고 한다. 또 이 기간 중 해외여행객이 세금 없이 국내에 반입하려다 적발된 고급카메라는 7만7,822개로 지난해보다 268.1%가 늘어났고 압수한 고급양주도 18만8,431병으로 한해 전보다 23.4%가 늘어났다고 한다. 이 같은 졸부들의 행진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지난 19일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이제 새 정부가 구성돼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이끌어가게 됐지만 이 같은 일부 부유층의 여전한 호화사치 행각은 국민간의 위화감을 증폭시키고 나아가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찬물을 끼얹는 작태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틈만 나면 골프가방을 둘러메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유한족 때문에 지난해 4년 만에 적자를 보인 관광수지적자폭이 올들어 더욱 큰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으로 불러들인 외국인관광객보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해외관광객수가 더 많고 벌어들인 달러보다도 외국에서 낭비한 달러가 더 많았으므로 관광수지적자는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옛말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다. 이들이 개처럼 벌어서 개처럼 쓰는지 정승처럼 벌어서 개처럼 쓰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대선도 나 몰라라 한 채 해외골프관광을 떠난 이들을 보고 누가 정승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는 군자(君子)로 봐줄 것인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해외골프여행자가 매월 1만명 안팎이나 된다니 골프채를 들고 나가지 않고 해외에서 골프채를 빌려서 즐기고 돌아온 사람들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은 귀중한 달러가 빠져나갔을까. 과소비는 성장잠재력인 저축을 갉아먹고 생산성을 둔화시킨다. 불요불급한 충동구매와 과소비를 부추기는 호화사치품 등 악성소비재의 수입증가는 국제경쟁력을 마비시킨다. 여전히 졸부들이 설치는 이런 사회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은 계속 바보로 만드는 반면 사치ㆍ방탕ㆍ부패로 헛세월을 보내는 졸부들이나 양산할 것이다. 이처럼 썩은 사회,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는 나라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황원갑<소설가>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