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소유구조 개편의 딜레마

정부가 은행주식의 소유제한을 철폐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한 것은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게되는데 대한 폐해가 적지않지만 해묵은 과제를 놓고 논란만 벌일 상황이 아니다.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은행소유제한을 철폐해 놓고 내국인에게는 제한하는 역차별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재벌의 산업자본이 금융까지 지배할 경우의 심각한 폐해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무서워 금융개혁의 핵심과제인 은행의 소유구조개혁이 끝없이 지연되어서는 곤란하다. 지난 수개월간 고통속에서 진행된 금융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적도 결국은 부실로 망친 금융산업을 선진화하자는데 있다. 그러자면 은행의 책임경영체제확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일단락된 금융구조조정의 효과도 금융기관들이 낡은 소유 경영체제를 벗어던지고 책임경영체제를 다질때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행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폐지되고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은행장을 선임토록 한 것은 경영구조를 개선,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법개정안은 현행 4%(지방은행은 15%)인 은행주식의 동일인 소유한도를 원칙적으로 폐지해 일정자격요건을 갖추면 누구나 은행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책임경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다양한 규제장치가 마련되어있다. 일정지분율을 초과해 주식을 보유하는 대주주의 자격요건이 대폭 강화되어 법인의 경우 대주주가 되려면 계열 전체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지않아야 한다. 국내 재벌의 부채비율이 대부분 200%를 넘는 점을 감안할때 이는 사실상 재벌의 은행업진출을 봉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경제력집중억제를 위해 이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빚더미에 앉은 재벌그룹들이 빚은 갚지않고 돈줄마저 장악하려 든다면 자본의 독과점을 막을 길이 없고 국민정서로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굳이 은행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국민여론에 인정받을 수준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산업자본이 금융까지 지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대주주 계열기업의 주식취득을 금지하고 대주주 여신한도 범위에 신탁계정과 유가증권투자도 포함하는 등의 각종 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없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채비율을 충족해 재벌그룹이 은행의 주인이 될 경우에 자금을 빼돌릴 제도적 허점을 차단하는데 소홀해서는 안된다. 또 재벌이 주인이 될 경우에도 특정재벌보다는 다수 재벌의 공동소유가 되어야 한다.그래야 대주주 전횡에 따른 폐해를 막는데 더 효과적이다. 국회심의과정에서 충분한 심사와 보완이 요구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