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거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증거 맞아?”

"농축우라늄 추출여부는 몰라" 회의론 미 CNN과 NBC 방송은 25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1980년대 이라크의 핵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과학자 마흐디 오베이디의 협조로 12년 전 그의 뒤 뜰 장미 덤불 아래 매장된 가스 원심분리기 핵심 부품과 기기 설계 도면 등 관련 문건 다수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방송의 첫 보도 이후 워싱턴 포스트 등 다른 주요 신문과 방송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비중 있게 처리했다. 가스 원심분리기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핵심 기기이다. 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오베이디는 1991년 1차 걸프 전 발발 직전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의 아들 쿠사이와 사위 후세인 카멜의 지시에 따라 이 기기의 부품을 숨겼다. 가족과 함께 이라크를 빠져 나와 CIA에 협조하고 있는 오베이디는 “미래의 언젠가 이라크에 대한 제재가 끝나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부품을 숨겨두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베이디는 CIA에 자신은 부품과 도면을 숨기도록 명령 받은 4명의 과학자 중 1명이며, 다른 과학자들도 자신이 미 정부 협조 후에 안전한가를 지켜보다 은닉 부품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폭스 뉴스와 CNN이 전했다. 은닉한 부품을 재구성할 경우 후세인은 핵 개발 소요 기간을 수년 단축하고, 수천만 달러의 연구 비용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하지만 미 관리들 스스로도 이 부품이 이라크의 핵무기 보유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1차 걸프전 이전의 은닉 행위만으로 이라크가 계속해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운용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부품들을 재조립 한다고 해도 과연 농축 우라늄을 실제로 추출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폭스 뉴스는 핵 무기 제조에 필요한 충분한 양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수백대의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12년 동안 재구성 지시가 없었다는 오베이디의 증언은 오히려 후세인이 1차 걸프전이후에도 핵 개발을 시도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 이 때문에 미 관리들은 이 부품의 발견을 후세인이 국제 사찰단을 속이려 했으며, 은닉 행위를 적발해 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부각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