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설익는 정책 남발 "피해는 국민몫"

■ 정권말 부처간 잇단 정책혼선양도세등 오락가락… 정책조율 제대로 안돼 '그러니까 탁상행정이란 소리를 듣지' '경운기에도 특소세를 부과해야 한다' '무쏘스포츠 해약하고 다른 차 삽시다' '양도세는 고무줄인가'..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에 실린 글들이다. 사실 재경부 홈페이지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절간처럼 조용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정책을 질타하는 네티즌들의 이 같은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온다. 대부분이 최근 발표된 정부정책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서도 무쏘스포츠에 대한 승용차 판정과 자고 나면 바뀌는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은 동네북보다 더 처량한 신세가 됐다. 뭇매를 맞고 있는 경제정책 총괄부처의 홈페이지는 정권 말기 정부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오락가락하는 정책 경제정책 대표 부처가 성토의 대상이 된 이유는 들쭉날쭉 신뢰를 잃은 정책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가 4개월의 작업 끝에 화물차로 판정한 무쏘스포츠를 재경부가 단 며칠 만에 승용차로 판정을 뒤바꾸고 냉탕온탕을 오가는 양도소득세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김현식(35)씨는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계약한 값보다 390만원이나 더 주고 무쏘를 사야 했다"며 목청을 높였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 때문에 개인들이 골탕을 먹은 사례는 이외에도 부지기수로 많다. ▶ 정책조정이 안된다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 몫이다. 최근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확정일자를 신고할 때 월임대료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할 것인지 아닌지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 임차인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법무부와 국세청의 준비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정부 부처간에 이견이 잘 조정되지 않는 것은 업무가 중첩된 조직이 많아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면서도 "정책을 구워내면서 의견차이를 사전에 조율하려는 노력이 이전보다 훨씬 덜한 게 핵심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특히 경제수석이나 국무조정실 등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해야 할 기구들이 조정기능을 잃은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 민간경제연구기관의 관계자는 "정부가 신도시다 뭐다 해서 허위과장광고를 일삼는 바람에 기업들과 개인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 정치권은 '나는 몰라'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은 더하다. 모두가 나라살림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지역구를 관리하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만들어내기에 정신이 없다. 최근 정치권이 밀어붙이는 입법안들은 농촌주택 양도세 비과세, 생리대 부가세 면제, 군인ㆍ공무원ㆍ사학연금 인상안, 농어업용 면세유 혜택 연장, 액화천연가스(LNG) 세율감면 등으로 대부분이 형평성과 동떨어진 것들이다. ▶ 개혁입법 표류 정부의 행정력이 진공상태로 돌입하고 정치권이 잇속 챙기기에 나서고 있는 사이 경제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추진되던 각종 개혁입법들은 계속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통합도산법ㆍ기업연금제ㆍ집단소송제 등은 연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실로 엄청나다. 개혁법안들은 시장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돼왔기 때문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식경제센터소장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은 앞장서서 무정부 상태를 조장하고 있다"며 "정책혼선과 선심성 정책 남발로 어렵사리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동석기자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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