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님 이 전화가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벌써 바그다드 일부지역의 통신과 전기가 끊기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고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가십시오”
정종래 KOTRA 이라크 바그다드 무역관장이 지난 20일 오후 10시(현지 시각) 바그다드에 남기고 온 현지 채용직원 아르메드씨와의 통화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다.
정 무역관장은 지난 8일 본부의 명에 따라 요르단 암만으로 일단 자리를 옮겼지만 마음은 온통 바그다드에 남기고 온 아르메드씨에게 가 있었다. 그러다 20일 밤 `마지막 통화가 될 것`이라는 아르메드씨의 말에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정 무역관장은 21일 “밤새 이라크에 두고 온 바그다드 무역관의 마케팅담당 직원 아르메드씨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아 잠을 설쳤다”며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조국을 떠 날 수 없다고 말한 아르메드씨와 같은 이라크인들이 바그다드에만 400만명”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는 아직 고요했다. 정 무역관장은 지난 밤 통화에서 아르메드씨는 “바그다드는 지금 공습경보 해제 사이렌이 울리기 전까지 아무도 밖으로 나올 수 없다”며 “집집마다 식량과 기름 등 생필품이 확보돼 있어 당분간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그다드의 시민들이 미국의 미사일 공격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앞으로 벌어질 약탈행위다. 배급된 식량이 떨어지는 순간 벌어질 혼란은 아무도 예측할 없기 때문이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