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격화되는 자원전쟁] <1부-1> 新자원민족주의, 또 하나의 기회

■ 제1부: 자원개발의 빛과 그림자<br>밀려나는 선진국… "틈새시장을 잡아라" <br>'경제발전+자원개발' 패키지 제안에 매력<br>중동·아프리카·남미국가들 잇단 '러브콜'


[격화되는 자원전쟁] 新자원민족주의, 또 하나의 기회 ■ 제1부: 자원개발의 빛과 그림자밀려나는 선진국… "틈새시장을 잡아라" '경제발전+자원개발' 패키지 제안에 매력중동·아프리카·남미국가들 잇단 '러브콜'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지난 2005년 초 영국 런던의 한 호텔. 나이지리아 정부의 에드먼드 다우코르 대통령 특별보좌관과 석유공사 관계자가 자리를 함께했다. 다우코르 특보는 나중에 나이지리아 석유장관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까지 지낸 인물. "나이지리아 심해광구 분양에 관심이 있습니다." (석유공사) "우리가 심해광구를 주는 대신 당신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습니까." (다우코르 특보) "무엇을 원하십니까." (석유공사) "발전소를 지어주십시오." (다우코르 특보)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품질의 전기를 생산하는 나라이고 그러한 발전소를 건설할 능력이 있습니다." (석유공사) "좋습니다. 그렇게만 하신다면 심해광구 2개를 주겠습니다. 광구위치도 원하시는 곳을 찍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우코르 특보) 나이지리아 심해광구 인수작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나이지리아 심해광구는 탐사성공률 70%에 육박하는 대박 광구. 하지만 중간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이지리아가 한국에 심해광구를 분양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동안 나이지리아 정부와 심해광구 인수에 엄청난 공을 들여왔던 중국이 크게 반발했다. 그러자 나이지리아 정부도 흔들렸다. 위기의 순간. 석유공사는 이번에는 다우코르 특보를 우리나라로 초청했다. 삼성전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석유비축기지 등 우리의 경제발전상을 보여준 뒤 그를 설득했다. "한국은 전쟁의 잿더미 위에 짧은 시간 안에 이 같은 경제발전을 이뤘습니다. 나이지리아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국가재건과 빠른 경제발전 아닙니까. 우리는 그만한 경험이 있고 능력도 있습니다. 우리가 도울 수 있습니다." 결국 흔들리던 그의 마음을 다시 우리에게로 돌렸다. "신자원민족주의 확산으로 해외자원 개발의 문들이 닫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으로 우리에게는 기회가 커지는 측면이 있다. 이를 잡아야 한다." 자원개발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국제 자원시장의 현주소다.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신자원민족주의 확산이 우리에게 꼭 불리하지만은 않다"며 "이들이 반발하는 것은 서방선진국들의 제국주의와 이들 나라의 석유 메이저 기업"이라고 말했다. 즉 신자원민족주의 확산으로 자원보유국에서 이들 메이저 기업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틈새시장이 생기고 있다는 것. 이 같은 틈새를 중국과 인도가 먼저 파고들었다. 막강한 자금력과 '반서방'이라는 정치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메이저들이 밀려나간 자원보유국의 틈새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자원보유국이 원하는 '경제개발'이 아닌 자국의 이권을 먼저 챙긴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우리에게 또 다른 틈새시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소ㆍ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플랜트 건설' 등 경제발전과 자원개발을 패키지로 제시하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특히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ㆍ조선ㆍ발전산업, SOC 건설능력 등은 저개발 자원보유국들에 커다란 메리트로 다가가고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전문가들은 이라크ㆍ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자원부국,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을 우리가 자원확보를 위해 진출해야 할 전략적 국가들로 꼽는다. 중동 지역 국가 중 유일하게 외국기업에 원유개발사업을 개방하고 있는 이라크는 전략적 진출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쟁으로 원유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이라크가 본격적으로 원유개발에 나서면 유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이라크의 원유매장량은 막대하다. 또 이라크는 전후 복구사업 등 우리와의 경제협력을 강하게 원하고 있어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국가이다. 나이지리아ㆍ나미비아ㆍ마다가스카르ㆍ콩고 등 아프리카의 자원부국들도 우리가 경협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사업이 많다는 점에서 전략적 진출 대상 국가이다. 러시아의 경우 중동에 집중된 우리의 원유공급지를 분산시키기 위해 반드시 진출해야 할 전략지로 꼽힌다. 우리와의 경협을 원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도 주요 진출 대상 지역이다. 우즈베키스탄과는 지난 2월 수르길 가스전 개발과 가스화학 플랜트 건설을 연계한 패키지 투자계약에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역시 주목되는 국가다. 지난해까지 오랜 기간 국제사회와의 단절로 폐쇄경제를 유지하던 투르크메니스탄은 지난해 말 정권이 교체되면서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정치적 리스크가 있지만 이란ㆍ베네수엘라 역시 중요한 전략지역으로 꼽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이란의 경우 미국의 제재로 진출이 막혀 있지만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좋다"며 "특히 사회 인프라, 원유정제시설 등에 투자해줄 것을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 베네수엘라도 주목대상이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오리노코강 유역의 초중질유 매장량 확인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그 매장량이 엄청나 제대로 확인만 된다면 사우디아리비아를 제치고 세계 제1위의 원유보유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자원민족주의의 대표격인 베네수엘라는 최근 메이저 기업들의 이탈로 석유생산량이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선별적으로 해외자원 개발 기업들과의 협력방안을 다시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베네수엘라 TV에 겨울연가 등 우리 연속극이 방영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다"며 "자원개발ㆍ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베네수엘라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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