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은행 "위기는 없을 것"

거액대출 부실화 확대등, 미확인소문 주가급락 불러 JP모건ㆍ시티ㆍUFJㆍ코메르쯔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세계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연일 추락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 매매의 손실 및 보유주식 평가손의 확대, 거액 대출의 부실화 등 아직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주가 하락 폭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은행주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연중 최저가 행진을 거듭하며 투자자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그러면 최근 세계 은행주의 폭락은 합리적인 것이며 정말 소문대로 은행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일까. 물론 이런 질문에 대해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외환위기의 과정에서 겪었던 것처럼 호황이 끝나고 경제가 위기국면에 접어들면 숨겨진 부실들은 드러나기 마련이며 오랫동안 숨겨왔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투자자들의 신뢰는 밑바닥부터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처한 여건에서 몇 가지의 중요한 지표를 가지고 은행주 특히 미국 은행주의 추가적인 폭락 가능성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여기서 다루는 '은행위기'의 변수는 두 가지가 될 것이다. 우선 회사채의 가산금리와 은행주의 주가 추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같은 만기를 가지는 국채에 비해 회사채가 지불하는 프리미엄의 추세가 높아질 경우 기업 여신이 많은 은행주의 주가는 약세를 지속할 수 밖에 없다. 또 은행권의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비중도 중요한 변수다. 만에 하나 미국 은행들이 강력한 기업대출 증가정책을 펼쳤다면 지난 90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기업 파산율을 감안하면 심각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회사채의 가산금리의 상승추세는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모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는 국채만 매입할 뿐 회사채를 팽개쳐 회사채의 가산금리는 무려 3.5%p에 달하고 있다. 결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4%라면 '투자적격 등급'의 회사가 발생한 회사채의 수익률은 7.5%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보통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이렇게 급등하면 은행주는 무사하기 어려워 진다. 그러나 최근 2주 정도를 제외하고 은행주는 S&P500 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수에 대해 오히려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지속되었을까.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상업은행들의 대출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총 40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상업은행 대출의 불과 24%가 기업대출이었다. 반면 부동산관련 대출의 비중은 47%에 달하고 소비자신용도 14%에 이른다. 5년 전이었던 지난 97년 8월의 기업 대출 비중이 28%였던 것을 생각하면 상업은행들은 기업들에게 매우 냉정하게 대했던 셈이다. 결국 미국 은행들은 거대한 설비투자의 버블 과정에서 철저하게 딴 살림을 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정보통신 기업들은 무슨 돈으로 그 많은 과잉설비를 갖출 수 있었을까. 그 답은 10년에 걸친 나스닥시장의 호황에 있다. 끊임없는 증자와 신규등록으로 무한대의 자금을 쓸 수 있었던 정보통신 기업들이 문턱 높은 은행에서 대출 받을 이유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 구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호황을 보이고 있는 미국 부동산시장이 붕괴되는 날에는 금융권은 모두 90년대 초반과 같은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위험이 잠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이 '은행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는 너무 앞서나간 것으로 보인다. 항상 바닥권에서는 '위기설'이 난무하고 조그마한 위기도 크게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놀라 주식을 매도하기 보다는 이제 주식시장을 '매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홍춘욱 한화증권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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