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 대학의 졸업연설 도중 학생들의 집단 퇴장시위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 졸업식에서 펜스 부통령이 졸업축하 연설을 하는 동안 100여명의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한꺼번에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노터데임대는 대대로 신임 대통령을 졸업식 연사로 초대하는 전통이 있었으나 올해는 학생과 교직원 등 수천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졸업식 연사로 부르지 말라고 총장에게 요청함에 따라 대학 측은 전 인디애나주지사였던 펜스 부통령을 연사로 초청했다. 하지만 이날 펜스 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려 하자 100여명의 학생들이 조용히 자리를 뜨기 시작했으며 청중석에서는 환호와 야유가 뒤섞여 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퇴장시위 계획을 미리 알았지만 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 브라운 노터데임대 공보 담당 부총장은 “노터데임대는 과거에도 정·부통령에 대한 시위가 열리는 장소였으며 행사를 방해하지 않는 한 시위는 허용된다”고 말했다.
■졸업생 집단 퇴장 시위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 반이슬람에 항의
무슬림 학우들을 위한 연대 표현
이날 퇴장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슬람 정책 등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무슬림에 대한 반감과 폭언을 쏟아냈으며 당선 후에도 무슬림 6개국 출신의 입국거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차별적인 정책을 펴왔다.
이날 펜스 부통령에 앞서 연설한 졸업생 대표 칼레브 조슈아 파인은 “무슬림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책에 맞서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펜스의 연설 도중 퇴장한 졸업생 카샌드라 디마로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정책으로 삶에 악영향을 받은 우리 동료들을 위한 연대의 표현이었다”고 시위 배경을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퇴장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노터데임대는 한때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의 보루였지만 슬프게도 요즘 미국 전역에서는 자유로운 발언과 예의범절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