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채용비리 공공기관에 노조 참관제라니…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재부 종합감사에서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근로자이사회참관제’를 도입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김 부총리는 이달 중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근로참관제는 노동이사제와 달리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하되 의결권은 행사하지 못하는 제도로 일부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노동이사제 도입 근거법이 국회에 묶여 있으니 법 통과 이전에 근로참관제라도 도입해 노동자의 경영참여 문호를 어떻게든 열어놓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조원의 가족을 고용 세습한 사실이 밝혀져 청년 구직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당사자가 아닌가. 김 부총리가 채용비리 전수조사까지 검토하겠다고 한 게 불과 엊그제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 공공기관 노조의 제 밥그릇 챙기기 행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부총리가 노조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겠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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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든 근로참관제든 그 취지는 경영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유도하는 데 있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 자체만으로도 경영 감시 역할을 한다. 그러잖아도 공공기관 노조는 과도한 힘이 문제가 되고 있는 판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권한 지원까지 받아야 할지 의문이다. 채용비리의 중심에 섰다는 의혹을 받는 노조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한다면 이런 철밥통 관행이 더욱 고착화할 것은 불문가지다. 노조가 정치권에서 날아온 낙하산 공공기관장과 야합한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다.

노사 상생의 문화가 정착돼 있으면 또 모르겠다. 공공기관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은 노사 대타협 기구 참여조차 거부하고 있다. 다음달이면 공공기관 노조의 연가투쟁을 시작으로 총파업까지 예고돼 있다. 그런데도 이사회 참석을 허용한다면 공공기관 개혁은 그것으로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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