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90일 시한부 무역협상, 美는 더 센 카드 꺼냈다

'강경파' 라이트하이저 내세워

中에 합의 이행 밀어부칠듯

나바로 "가장 터프한 협상가"

中 "양측 기존관세 축소해야"

내주 워싱턴서 불꽃협상 예고

0515A12 발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사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대신해 앞으로 90일 동안 이어질 미중 ‘시한부’ 무역협상의 전면에 나선다. 지난 1983년 일본과의 무역협상이 마음에 들지 않자 협상 문건을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렸을 정도로 거친 협상전술을 구사하는 라이트하이저를 무역협상 대표로 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의 협상에서 대중 강공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대표단이 워싱턴DC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7개월 만에 마주하는 양국 대표단 간 불꽃 튀는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상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우리가 지금껏 USTR에서 경험했던 가장 터프한 협상가”라며 “관세 및 비(非)관세 장벽을 낮추고 시장접근을 막는 모든 구조적 관행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상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비즈니스에서 그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다. 타임테이블을 짜고 이행조치 등을 챙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중 무역협상을 지휘해온 ‘온건파’ 므누신 장관 대신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내년 2월 말까지 이어질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고강도 대중 압박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금까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압박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추가 관세 등 강경 대응을 강조해온 인물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나바로 국장 등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을 주도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 측은 1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 사실을 통보하자 적잖이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역협상의 주도권이 온건파에서 강경파로 옮아가면서 내년 2월 말을 기한으로 하는 90일간의 협의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제조 2025의 재검토는 물론 협의 방향에 따라 미중 무역갈등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임명과 동시에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의 기류는 한결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산 차에 물리던 40% 관세를 줄이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도 트럼프 정부 각료들은 중국 측의 양보안을 공개하며 약속 이행을 압박하고 나섰다. 므누신 장관은 CNBC에 출연해 “그들(중국)이 추가 약속에서 1조2,000억달러 이상의 제안을 테이블에 올렸다”며 “이것을 실질적 합의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중국은 말한 것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들로 위원장도 이날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매우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특히 그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관세 인하를 시급한 이행사항으로 꼽으면서 “자동차 관세가 제로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날 외교부 브리핑에서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장개방과 수입확대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자국에 불리한 내용은 언급을 피하며 협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 정상이 달성한 공동인식은 새 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것과 함께 양측 협상단이 기존에 부과된 모든 관세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역공을 가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다음주 30명가량의 대표단을 워싱턴DC에 보낼 것”이라며 “다만 대표단에 누가 포함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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