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적극적인 지지자였던 제임스 다이슨이 창업한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로 결정해 주목받고 있다. 브렉시트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국 내 기업들의 엑소더스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다이슨은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다이슨의 본사는 영국 잉글랜드 서부 윌트셔주 맘즈버리에 있다.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다수의 고객과 제조 시설이 아시아에 있다”며 “(본사 이전으로) 경영진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슨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 전기차 제조시설을 건설해 오는 2021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이슨은 본사 이전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일부 경영진에 한해 적용되며 기존 본사의 업무와 인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로완 CEO는 “최근 몇 년간 아시아에서 우리의 성장은 전 세계 다른 지역의 2배에 달한다”며 “다이슨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창출됐으며 이번 결정은 다이슨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슨의 연간 이익은 10억파운드(1조4,600억원)를 돌파했다. 중국 시장은 4년 만에 미국 시장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다.
영국 내부에서는 브렉시트 시한인 3월 29일을 두 달여 앞두고 브렉시트 지지자였던 다이슨 회장의 본사 이전 결정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다.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제임스 다이슨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를 지지하면서 “영국은 EU 밖에서 더 많은 부를 만들 수 있다”며 “영국이 EU를 떠나면 매년 185억파원드의 경제적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영국에 유럽 본사를 뒀던 기업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는 최근 영국 내 유럽 본사를 EU 회원국인 네덜란드는 옮기기로 하고, 이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이와증권은 수십억엔(수백억원)을 들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새로운 유럽 사업 거점을 마련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트레이더와 회계감사인력을 포함한 직원 1,000명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신상품 개발인력 등은 뉴욕 본사로 각각 옮기기로 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 무산으로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이는 영국(북아일랜드)과 아일랜드 사이에 통상의 물리적 국경인 ‘하드보더’ 들어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일간 더타임스는 “EU 집행위는 그동안 아일랜드 내에서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딜 브렉시트 발생 시 어떠한 상황이 발생할 것인지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며 “이날 집행위 대변인이 노딜 브렉시트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고 나섰으며 이는 아일랜드에 대해 타협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