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버디·버디·버디…손맛 본 낚시꾼

PGA 페블비치 프로암 1R

최호성, 초청선수로 데뷔전

초반 주춤했지만 후반에 버디쇼

72타로 신인왕 후보들과 나란히

한국어 인사·주먹 하이파이브 등

같은조 동반자들, 응원군 지원도

최호성이 8일 AT&T 페블비치 프로암 1라운드 17번홀에서 자신을 꿈의 PGA 투어에 서게 한 ‘낚시꾼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일부 갤러리들은 “사랑해요(We love you)”라며 최호성에게 열띤 응원을 보냈다./페블비치=AP연합뉴스최호성이 8일 AT&T 페블비치 프로암 1라운드 17번홀에서 자신을 꿈의 PGA 투어에 서게 한 ‘낚시꾼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일부 갤러리들은 “사랑해요(We love you)”라며 최호성에게 열띤 응원을 보냈다./페블비치=AP연합뉴스



“다음 순서는 한국의 서울에서 온 ‘호성 초이’입니다.”

환호와 박수 속에 티잉 그라운드에 오른 최호성은 신중하게 티를 꽂은 뒤 자신을 둘러싼 세 방향의 갤러리들에게 차례로 눈인사를 했다. 이어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출발한 티샷은 내리막 홀을 따라 날아갔다. 볼을 친 뒤 다리를 들어 올리고 몸을 비트는 트레이드마크 ‘낚시꾼 스윙’에 갤러리들은 따뜻한 웃음을 보냈고 최호성은 한 번 더 인사한 뒤 걸어나갔다.


스물다섯에 처음 골프채를 잡은 46세의 늦깎이 독학 골퍼 최호성이 초청선수 자격으로 꿈같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전을 치렀다. 최호성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 몬터레이 페닌술라CC(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달러)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를 적었다. 페블비치 골프장은 PGA 투어 대회장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유명하다. 최호성은 전체 155명 중 공동 111위에 머물렀지만 초반에 보기만 4개를 범한 뒤 11번부터 8개 홀에서 버디만 3개를 낚으며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파3과 파4, 5홀에서 한 번씩 버디를 경험했다. 드라이버 샷 평균 278야드에 그린 적중률은 61%. 공교롭게도 PGA 투어 정식 멤버이면서 신인왕 후보인 캐머런 챔프(미국), 애덤 롱(미국)과 1라운드 순위가 같다. 최호성은 2라운드를 스파이글래스 힐코스에서 치고 3라운드에는 이 골프장의 백미인 페블비치 코스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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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성(오른쪽)이 8일 AT&T 페블비치 프로암 1라운드 도중 클럽 헤드커버를 손에 끼고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페블비치=AP연합뉴스최호성(오른쪽)이 8일 AT&T 페블비치 프로암 1라운드 도중 클럽 헤드커버를 손에 끼고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페블비치=AP연합뉴스


최호성은 PGA 투어 인터뷰에서 “초반 몇 홀은 긴장한 상태로 경기했다. 먼 거리 퍼트가 잘 안 됐는데 그것 말고는 정말 좋은 경험을 한 날이었다”며 “11번홀(파3) 첫 버디 뒤 터진 환호에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성원 덕에 후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원사가 없는 그는 “초청에 감사하는 의미로” 페블비치 골프장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경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 최호성의 PGA 투어 나들이에 최호성 본인보다 더 신 난 것은 같은 조 동반자들이었다. 최호성과 같이 치고 싶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에런 로저스는 한국어 인사를 건네거나 주먹을 내밀어 격려하는 등 경기 내내 최호성의 응원군 역할을 했다. 로저스는 “최호성이 얼마나 골프를 즐기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PGA 투어 베테랑 제리 켈리는 “어떤 갤러리들은 최호성을 향해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외치기까지 했다. 최호성은 팬들의 응원에 일일이 손을 흔들어줬다”며 “그는 초청선수로 뛸 자격이 있다. 들러리가 아니라 PGA 투어에서도 통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도 그의 동작을 따라 하면 비거리가 늘어나는지 시험해보고 싶다”면서 “그의 스윙은 기본기가 탄탄하며 중심 이동이 확실하다. PGA 투어에서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칭찬했다. 최호성은 “동반자들은 오늘 날씨만큼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과거 사고로 엄지손가락 일부를 잃고도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2승씩을 올린 최호성은 거리를 늘리려 시도한 독특한 스윙이 지난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타고 뜻밖의 인기를 누리면서 PGA 투어 초청까지 받았다. 브라이언 게이(미국)와 스콧 랭글리(미국)가 7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선 가운데 김시우가 PGA 투어 통산 43승의 필 미컬슨(미국)과 같은 6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미컬슨은 지난 1998년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이후 21년 만에 페어웨이 안착률 100%를 기록했다. 더스틴 존슨(미국)과 조던 스피스(미국)는 5언더파 공동 9위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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