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아베 총리와의 사전협의 없이 미일 무역협상이 5월에 타결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는 아베 총리와의 45분 단독회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무역협상 타결 시점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다음달) 일본 방문 때 서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 ‘돌발발언’에 아베 총리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미일 무역협상은 양국 수석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상이 지난 15~16일, 25일 두 차례 만나 무역 의제를 논의한 정도이며 본격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이 물러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말 합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대1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더 노골적으로 펼쳐졌다. 그는 확대정상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일본이 미국 농산물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 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무역 불균형 시정을 요구하고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지난해 말 발효하고 올해 2월 일본과 유럽연합(EU) 간 경제동반자협정(EPA)이 시행되면서 미국 농산물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자 관세 철폐를 압박한 것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미국은 아직 일본 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맞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장에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내용의 A3 크기 상황판까지 준비해 갔지만 무역 문제에서 별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캐나다로 떠난 뒤에도 깜짝 발언을 이어갔다. 27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에서 그는 “아베 총리가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짓기 위해 도요타 140억달러를 포함해 4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일본을 국빈방문하는 데 이어 6월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이 자리 역시 무역협상의 압박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2개월 연속 방문하면서 무역협상 조기 합의를 위한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